[한국전 숨은영웅] 

찰스 랭걸 수석보좌관 출신 1.5세 한나김… "우리가 기억해야 화해·통일도 가능"
한국전 기억하고 참전용사 기리는 비영리 단체 '리멤버 7·27' 조직 자발적 활동 

2008년부터 매년 7·27 기념식…올해는 한국계 연방하원의원 4명 등도 명예주최
전세계 30개국·美 50개주 찾아 1200여명 참전용사에 큰 절…"결코 잊지 말아야"

올해는 1953년 7월 27일 맺어진 6·25 전쟁 정전협정이 70주년을 맞는 해다. 한국전 당시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22개국 196만명의 젊은이들이 유엔의 깃발아래 참전해 목숨을 바쳐 싸웠다. 이들이 피흘려 싸우며 지켜낸 동맹의 가치와 정신이 지난 70년간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룬 토양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특파원들이 각국 참전용사들을 직접 찾아가 생생한 전투 기억과 소회를 들어보고 발전한 한국을 바라보는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연합뉴스의 기획 리포트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통일(reunification)로 가기 위해서는 그 전에 기억(remember), 인정(recognition), 화해(reconciliation)라는 3R이 필요합니다"
한국전 참전용사의 릫명예 손녀릮로 불리는 한인 1.5세 한나 김(40·한국명 김예진)씨는 한국전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서 고위직 거쳐

한국전 참전용사로 잘 알려진 찰스 랭걸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수석 보좌관을 지낸 김씨는 보건복지부 공보 담당 부차관보에 이어 백악관 비서실장실 아시아태평양계 정책 고문을 포함해 다양한 직책을 거치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6살 때 미국에 이민한 그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초·중·고교를 마친 뒤 다시 귀국해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UCLA에서 전문경영인 과정을 수료하고 조지워싱턴대 정치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김씨는 지난 2007년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처음 방문한 것을 계기로 2008년 개인 자격으로 릫리멤버 7·27릮이란 단체를 조직,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평화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고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기억하는 것이 평화를 염원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처음에 릫한국전쟁화해연합회릮라고 붙였던 이 단체의 이름을 한국전쟁 정전일인 7월 27일을 기억하자는 의미의 릫리멤버 7·27릮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해로 가는 첫 단계가 기억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안' 통과 주도

김씨가 이를 위해 처음 한 일은 7·27 기념식 행사를 만든 것이다. 이 기념식은 2008년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 촛불의 밤'이란 이름으로 처음 개최된 뒤 매년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영 김, 앤디 김 등 한국계 미국 연방하원의원 4명이 명예 공동 주최로 참여하는 가운데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등과 함께 연방 의회 건물인 레이번 빌딩 로비에서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와 함께 김씨는 한국전 정전일인 7월 27일을 미국 연방정부 청사에 국기를 게양하는 기념일로 지정해달라는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안'을 의회에 청원했으며 2009년 해당 법안이 통과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통과되기 전까지 435명의 미국 연방 하원의원 가운데 법안 발의에 참여한 6명을 제외한 429명의 하원의원실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고, 그 결과 법이 통과 됐을 때 "한나 김 덕분"이라는 찬사를 참전용사들로부터 받았다.
김씨는 이 일을 계기로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랭걸 당시 하원의원실에 보좌관으로 합류하며 랭걸 전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전 참전용사이자 친한파인 랭걸 의원이 2017년 1월 은퇴하자 그는 '참전용사 찾아가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김씨는 "'리멤버 7·27'을 시작할 때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안 통과와 기념식 개최, 참전용사들의 사연 수집 등 3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세 번째는 못 했다"면서 "랭걸 의원이 2015년 은퇴 계획을 밝혔을 때, 더 늦기 전에 이를 나머지를 하기로 결심했다. 참전용사들의 연세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30개국, 미국 50개 주 등을 돌면서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참배하고 한국전 참전용사 1천200여명을 직접 만났다.
김씨는 "제가 일일이 모든 계획을 사전에 세우고 찾아간 게 아니라 페이스북 등에 일정을 올려놓고 '재워주실 분', '차 태워 주실 분', '통역해주실 분' 등을 구하면서 (무작정) 갔다"면서 "참전용사를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갔는데 참전용사와 한인회, 주민들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된 것"이라고 돌아봤다.

▶한국전쟁기념관 사이트 개설

김씨는 2020년 자신이 방문한 한국전 참전 기념비와 그동안 만난 참전용사들의 사진과 인터뷰 등을 정리해 인터넷에 '한국전쟁기념관(koreanwarmemorials.com)' 사이트를 개설했다.
'리멤버 7·27'은 지난해 건립된 '추모의 벽' 모금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5년간 한국전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 체감하는 변화를 묻는 말에 "한국전쟁은 더는 릫잊힌 전쟁릮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에서는 7·27이 공식적으로 한국전 참전용사를 기리는 날인데 한국은 아직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참전용사 할아버지들은 한국을 두 번째 조국, 한국 사람을 두 번째 가족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를 잊지 않았다"면서 "그에반해 우리는 (그분들을) 잊고 사는 것 같다"면서 한국 내 더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