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익금으로 유명 카페·오피스텔 사고, 외제스포츠카 타고 다녀

경찰 "마약 조직 운영·유통 너무 손쉽게 이뤄져…새로운 흐름에 맞춰 수사"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그냥 가만히 앉아서 클릭 한 번, 터치 한 번으로 마약 유통 조직을 운영해 수십억원을 번 것이죠."

울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검거된 마약 유통 총책 A(22)씨는 사실상 텔레그램을 통해 지시만 하면서 판매수익금을 챙겼다.

경찰도 단순히 손가락 클릭만으로 마약 유통 조직 전체를 운영할 수 있는 현실에 혀를 찼다.

2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미국 유학생 A씨는 2020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마약 유통조직을 운영하면서 31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철저하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직원을 모집하고 지시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마약 판매 텔레그램 채널 회원들을 상대로 '대기업 복지. 고수익 보장' 등으로 광고한 후 연락해 온 회원을 마약 운반책(드라퍼)으로 고용했다.

A씨는 베트남 쪽 마약 판매상과 SNS로 연락하면서 국내 운반책들 거주지 등으로 대마, 합성 대마, 액상 대마, 리서직산 디에틸아마이드(LSD) 등을 보내도록 했다.

컵라면이나 화장품 등에 섞여 국제 택배를 통해 운반책들에게 배달된 마약은 다시 A씨 지시에 따라 전국 원룸과 주택가 배전함, 에어컨 실외기 등에 '던지기' 수법으로 구매자에게 전달됐다.

A씨는 텔레그램 채널 5개를 운영하면서 구매자를 모았고, 마약 거래가 성사되면 운반책이 미리 마약을 숨겨 둔 위치 역시 텔레그램으로 구매자에게 보냈다.

운반책들도 구매자들도 모두 A씨가 누군지 몰랐고, 오직 텔레그램만으로 연락했다.

A씨는 자금 흐름을 숨기기 위해 구매자로부터 받은 마약 대금을 가상화폐로 바꿔 세탁했다.

운반책들에겐 월급 300만원가량을 줬는데, 역시 가상화폐로 지급했다.

A씨는 다른 마약 판매상으로부터 범죄 수익금 세탁을 의뢰받아 수수료 10%를 떼고 170억원 상당을 가상화폐로 바꿔주기도 했다.

지시와 자금 지급, 자금 세탁까지 모두 스마트폰으로 가능하다 보니, A씨는 유학 생활을 하는 미국이나 국내 어디서든 마약 유통 조직을 운영할 수 있었다.

A씨는 수사기관 추적에 대비해 행동강령 등도 조직원들에게 전파했는데, 역시 적발 시 관련 앱을 삭제하고 스마트폰을 초기화하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스마트폰을 통해 지시만 하면서 마약 조직을 운영해온 셈이다"며 "조직원 등 19명 모두 20∼30대로 SNS 사용에 익숙한 젊은 층이다"고 말했다.

A씨는 마약 유통과 자금 세탁으로 번 돈으로 서울 유명 카페 거리의 한 카페를 인수하고, 같은 동네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며 유흥비로 하루 2천500만원가량을 쓰면서 호화롭게 생활하다가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조직 운영과 유통이 너무 손쉽게 이뤄지는 상황이다"며 "새로운 흐름에 맞춰 수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ant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