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비전 담은 책 ‘라자로 유흥식’ 한국어판 출간 기념 한국 방문

[화제의 인물 /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 유흥식 추기경]

“9월 성베드로 성당에 김대건 신부 성상 건립
장한 순교자들 후손답게 맞춰서 살려고 노력”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72) 추기경이 책 ‘라자로 유흥식’ (바오로딸)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간담회와 북콘서트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근 수해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라자로 유흥식’은 유 추기경의 생애와 영성, 교회와 사제직에 대한 그의 비전을 인터뷰해서 엮은 책으로 교황청 국무원인 프란체스코 코센티노 신부가 이탈리아어로 인터뷰 및 집필한 걸 한국어로 다시 번역했다.

◇ 첫 사제 김대건 신부와 각별한 인연

충남 논산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유 추기경은 대한민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대건 신부의 이름을 딴 대건중·고등학교 출신으로, 고교시절인 16살에 세례를 받고 1979년 사제품을 받은 뒤 2003년 주교로 서품됐다. 2021년 6월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8월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유 추기경의 노력 덕분에 김대건 신부가 2021년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됐고, 200주년을 기리기 위한 영화 ‘탄생’이 제작됐으며 지난해 11월 교황청 시사회까지 가졌다. 또한 오는 9월16일 교황청 성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김대건 성인상이 세워지는 데도 유 추기경이 앞장섰다.

그는 “김대건 신부님 이름을 딴 대건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예수님을 뵙고 세례를 받아 신부도 됐다. 그 삶에 매료돼 ‘나도 저렇게 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가 돼 오늘까지 왔다”며 “2021년 4월17일 교황님을 뵀을 때 성직자부 장관으로 오라는 말을 듣었다. 유네스코 인물로 선정된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인 그해 8월22일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장엄한 미사를 가졌는데 감동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사흘 뒤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성베드로 대성당 외곽에 성인성녀의 성상 모시는 자리 중 빈 곳에 김대건 신부의 성상을 모시는 게 어떻겠냐’고 청한 걸 시작으로 교황청 내 복잡한 절차를 거쳐 허락을 얻어냈다.

오는 9월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동양인 성인으로는 최초로 성베드로 성당에 세워지는 등 한국 교회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유 추기경은 “마침 올해 9월16일은 김대건 신부님이 한강 백사장에서 순교하신지 177주년 되는 날이다. 이날 한국에서 온 대표 신자들과 교황님을 특별 알현하고 오후 3시에 성베드로 성당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을 축복할 것”이라며 “수도회를 창설하지 않은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을 모시게 돼 큰 영광이고 기쁨이다. 신앙인답게 김대건 신부님처럼 믿음과 삶이 같게 증거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지만 굉장히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날이 되리라 확신하다”고 기대했다.

◇교황,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 질문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이서 소통하는 유 추기경은 교황의 북한 방문에 대한 질문에 “교황님은 ‘북한이 초청하면 거절하지 않겠다’ 정도가 아닌, ‘북한 가고 싶으니까 나를 초청하라’고 명확하게 말씀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님이 기회있을 때마다 북한의 상황에 대해 물으셔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렸다. ‘남북이 같은 민족이고 같은 가정을 이룬 사람들인데 70년 동안 서로 갈라져 왕래도 없이 모르고 지낸다면 이같은 고통이 어디 있나. 내가 이 고통을 없애주고 싶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북한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교황청 소속 외교관들이 자신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나라에서 북한 대사나 중국 대사 등과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확실히 드러난 북한의 반응은 없다고도 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 후보지 한국 기대

8월1일부터 8월6일까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제37차 세계청년대회가 열린다. 성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이 1986년 국경, 피부색, 언어를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을 교회로 초청하기 위해 세계 젊은이의 날, 세계청년대회를 제정했다.

대회 폐막일에 차기 개최국을 발표하며 보통 3년 주기로 열리지만 2025년 전세계 일정이 많아 2026년 아닌 2027년에 열리게 된다. 유 추기경은 “세계청년대회는 유럽과 각 대륙별로 돌아가며 개최하는 룰이 있다. 교황님이 발표하는데 한국을 포함한 세 나라가 후보”라며 “아프리카가 한번도 개최안해 아프리카에서 했으면 좋겠는데 아직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할 만한 교통 등 인프라가 구축 안됐다. 남미와 아메리카에서는 이미 열렸고 아시아는 유일하게 30년전 필리핀에서 개최한 적 있다. 이번에 한국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유 추기경 책에 교황 직접 추천서

교황청이 유 추기경을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된 건 천주교회가 서구중심이 아닌 전세계의 교회란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 추기경의 책에 직접 추천서를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성직자부 장관의 역할에 대해 “신부님에 관한 모든 일에 대해 봉사하고 있다”며 “신부님들의 열정이 자라나서 신나게 사제활동을 하도록 하는게 내 역할이다. 신학생들을 잘 양성해 평생 좋은 신부로 살 수 있도록 하고 신부님들의 잘못과 어려움이 있을 때 교구장, 주교님들과 교회법에 맞는지 논의해 진리와 정의에 입각한 관점에서 보고 어떻게 자비롭게 하느님의 사랑을 적용할 지 정해 사제직을 그만두는게 좋겠다고 내가 올리면 교황님이 사인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청에 한국 사제들 많이 왔으면”

유 추기경은 “지금 교황청에서 한국인들이 더 오길 바란다. 한국사람을 보내달라고 부탁이 온다”며 “한국인 신부님들이 교황청에서 일하면 좋겠는데 로마에서 생활하는 게 언어부터 어려움이 많아 다들 대답을 안하더라”고 아쉬워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청에서 일한지 2년이 넘었는데 이 나이에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교황청에서 교황님 옆에서 봉사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고 은총으로 생각한다”며 “장한 순교자들의 후손답게 맞춰서 살려고 한다. 2년간 좋은 체험이었고 업무나 다른 면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교황님이 신뢰와 사랑을 주셔서 어울려서 살고 있다”고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