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상태' 판단…휴대전화 초기화 등 치밀한 계획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구속)이 11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 부장검사)은 이날 살인·살인미수·절도·사기·모욕 등 혐의로 조선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조선이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의 감정이 쌓여 계획적으로 이상동기 범죄를 저질렀고, 젊은 남성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공격했다고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선은 지난달 21일 오후 2시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남성 A(22)씨를 흉기로 약 18회 찔러 살해한 뒤 골목 안쪽에서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조선은 범행 당일 인천 서구에서 서울 금천구까지 택시를 무임승차하고 오후 1시59분께 금천구의 한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친 뒤 신림동까지 재차 택시를 무임 승차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조선이 지난해 12월27일 인터넷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해 '게이 같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사실도 파악해 모욕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 조사 결과 조선의 범행은 사전에 증거를 인멸하고 범행도구를 준비한 계획범죄로 드러났다.

조선은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저장해 둔 불법 정보가 발각될 것을 염려해 범행 전날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범행 당일 둔기로 컴퓨터를 파손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휴대전화·컴퓨터 내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정보원과 국내 유명 사설업체에 복구를 의뢰했으나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조선은 또 다른 휴대전화도 사용했으나 이 역시 확보하지 못했다.

조선은 범행 당일에는 흉기를 여러 자루 구입하면 의심을 살 것을 염려, 몰래 흉기 2자루를 훔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검찰은 조선이 잇따른 실패를 겪고 은둔생활을 하던 중 몰입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로 고소당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조선은 지난해 12월부터 대출받은 300만원으로 주거지에만 머물며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에 몰두했는데, 모욕 혐의로 범행 나흘 전 경찰 출석요구를 받자 열등감과 좌절감이 적개심과 분노로 변해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 살인을 계획·실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은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봤을 때) 자신을 고소한 남성이 떠올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선은 또 검찰 조사에서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소년원 생활을 했고 사회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조선은 집행유예 1회, 벌금 2회, 소년부 송치 14회, 기소유예 3회 등 20회의 범죄 전력이 있다.

검찰은 조선의 게임 중독 상태도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조선은 범행 당일 아침까지도 '1인칭 슈팅 게임'(FPS) 동영상을 시청했는데, 조선이 범행 당시 보인 특이한 움직임과 게임 캐릭터 사이 유사점이 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게임이 범행 방식에 영향을 끼쳤다는 조선의 진술은 없었지만, 8개월간 3∼4개의 FPS 게임을 주로 하며 게임 중독 상태에 있었다고 심리분석가들과 수사팀은 판단했다.

검찰은 조선을 구속 송치받은 지난달 28일 전담수사팀을 꾸려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주거지·구치소·인터넷 검색기록 압수수색 등을 통해 범행 동기와 과정 등을 추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과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면담을 통해 장례비, 치료비 등을 지원했다"며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들의 절차 참여와 양형 진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binz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