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일주일…수산시장 상인들 '안간힘'

"일본산 가리비 들여오다 강원도산으로 바꿔"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이율립 최윤선 기자 = "일본산뿐 아니라 국내산 수산물도 직접 매일 꼼꼼히 방사능 검사하고 있어요. 믿고 안전하게 드시면 됩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지 일주일째인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손님을 하나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저마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오염수 방류로 커진 소비자의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전력을 다했다.

'적합, 적합, 적합'

시장 1층 중앙 천장에 매달려 사방에서 볼 수 있는 대형 모니터에는 참돔, 농어, 광어, 전갱이 등 수산물 28개종의 전날 요오드·세슘 방사능 검출 결과와 원산지가 표시됐다.

시장을 운영하는 수협노량진수산은 감마핵종분석기를 동원해 이곳에서 팔리는 활어를 무작위로 골라 직접 방사능 세기를 측정한다. 모니터에는 모두 '적합'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서울시에서 매일 하는 표본조사 외에 우리 자체로도 정밀 검사를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산'이라 적힌 안내판을 걸어두고 일본산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는 가게도 많았다.

한 상인은 민어를 보러 온 손님을 향해 "국내산이에요. 국내산"이라고 외쳤다. 피문어 가격을 안내하는 또 다른 상인도 "동해안에서 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수산시장 2층 식당가 곳곳에도 '안전한 우리 수산물 안심하고 드세요'라고 적힌 포스터가 나붙었다. 수산물 제품에 대해 '해역→위판장·양식장→시장·마트'에서 3중 방사능 검사를 거치며 후쿠시마 일대 수산물은 절대 수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궂은 날씨가 겹쳐서인지 상인들의 노력에도 이날 수산시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주로 일본산인 도미나 전갱이, 능성어를 파는 가게는 손님이 뜸했고 주인마저 자리를 비우는 곳도 있었다.

갈치나 피문어, 돌문어, 꽃게 등 원산지가 대부분 국내인 수산물 코너는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띄는 정도였다.

도미나 전갱이 등 활어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오염수 방류 전에 들여온 생선인데 아무리 싸게 팔아도 안 팔릴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간 송파구 가락수산시장 역시 오가는 발길이 뜸했다.

7년째 장사 중인 조성기(56)씨는 "방류 한 달 전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했는데 방류 시작하고는 더 악화됐다"며 "매출도 방류 전과 비교하면 약 20%는 더 줄었다"고 말했다.

수산 시장에서 만난 박모(64)씨는 "육고기를 사러 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둘러봤는데 해산물을 살 생각은 전혀 없다. 특히 일본산은 절대 먹고 싶지 않다"며 이내 발길을 돌렸다.

이곳 상인들은 일본산 해산물을 더는 팔지 않거나 남은 것만 판 뒤에는 당분간 들여올 생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해물 장사를 하는 최모(68)씨는 일본에서 들여오던 가리비를 이제 강원도에서 들여오기 시작했다. 최씨는 "손님들이 일본산이냐고 많이 묻는데 (아니라고 해도) 사지를 않는다"며 "중간상 자체가 일본에서 가리비를 안 떼오고 있다"고 말했다.

도미, 능성어 등을 일본산으로 들여오는 나모(63)씨도 "일본산이라고 하면 적대감이 있는 사람들은 그냥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산 도미가 살이 단단하고 맛이 좋아서 들여오고 있었는데 남은 것만 팔고 당분간은 들여올 생각이 없다"며 "지금은 국민이 불안해하니 정부에서 수입 자체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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