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피해 유독 컸다"…심야 기습강진에 대피 못한 탓인듯

"온가족 식사 중 급히 대피했는데 아들만 못나와" 안타까운 사연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모로코를 강타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사랑하는 가족을 눈앞에서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다.

10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께 동생 집에 들렀던 모로코 중부 아미즈미즈 지역 주민 사이드 아푸자르는 강력한 진동이 덮쳐오자 필사적으로 집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아푸자르가 현관문 손잡이를 붙잡는 그 순간 아내와 두 자녀가 남아 있던 집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잔해 아래서 도와달라는 가족들의 외침을 들은 그는 정신없이 땅을 파헤쳤고 이웃들도 도우면서 이튿날 새벽 2시께 아내를 구하는 데 성공했지만 오전 10시께 찾아낸 두 자녀는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발견됐을 당시 아푸자르의 아들 함자(18)는 동생 유스라(13)를 보호하려는 듯 두 팔로 꼭 안은 채였다고 한다.

한순간에 자식 둘을 잃은 아푸자르는 "내게는 세상이 끝난 느낌"이라며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틀라스 산맥 고지대 오지마을 주민인 하미드 벤 헤나도 이번 지진으로 아들을 잃었다.

온 가족이 모여 늦은 저녁 식사를 하던 그는 아들 마루안에게 과도를 건네달라고 말하는 순간 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순간에 조명이 꺼지고 집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와중에 나머지 가족들은 간신히 집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마루안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마루안은 이튿날 잔해 아래 시신으로 발견됐다.

진앙과 약 50㎞ 거리인 아틀라스 산맥의 농촌 마을인 타페가그테 주민 아브두 라흐만은 아내와 세 아들을 모두 잃었다.

지진 발생 당시 3㎞ 떨어진 주유소에서 일하던 중이었다는 그는 BBC 방송 인터뷰에서 "찾아냈을 때 그들은 모두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아들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모두가 지진에 삼켜지고 말았다"며 눈물을 삼켰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인근 건물의 잔해에선 10살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고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병원 당국자는 어린이들의 희생이 유독 큰 편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죽은 이가 너무 많고, 특히 어린 아동이 많아서 눈물을 흘렸다. 지진 발생 이후 난 잠을 잔 적이 없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고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실제로 사망자 중 아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어린이들이 깊이 잠든 심야에 기습적으로 강진이 덮친 까닭에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이 변을 당한 탓일 수 있다.

최대 피해 지역으로 알려진 아틀라스 산맥 오지 마을들에 가족이 있는 도시 거주민들은 연락이 두절되면서 발만 구르는 상황에 놓였다.

마라케시의 카디 아야드 대학 재학생인 나왈 아이트 이드무(20)는 영국 PA 통신 인터뷰에서 "아침에 (가족과) 통화했지만 오후부턴 누구도 연락을 받지 않는다"면서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전화가 모두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마치 꿈만 같다면서 다시 연락이 될 때까지 굳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