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궤도선 다누리, 임무 종료 방안으로 2026년 달 충돌 검토

연료 소모 최소화 '동결궤도' 활용도 검토…"내년 하반기 논의 후 결정"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우리나라 첫 달 궤도선 '다누리'가 임무를 마친 후인 2026년 달에 충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누리가 달에 떨어지면 정부가 달에 착륙선을 보내기로 예정한 2032년보다 6년 앞서 달에 한국의 첫 흔적을 새기는 임무가 된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다누리는 2025년까지 예정된 달 관측을 수행한 뒤, 임무 종료 방식 중 하나로 달 표면에 충돌해 충돌 직전까지 영상을 확보하는 방안을 설정했다.

달 궤도선은 연료에 따라 임무 기간을 정하는데, 임무를 마치고 연료를 다 쓰면 궤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궤도선이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달에 일부러 충돌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충돌은 달 착륙선이 달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소프트 랜딩(연착륙)'과 구분하는 '하드 랜딩(경착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옛 소련의 달 궤도선들을 비롯해 일본의 달 궤도선 히텐, 유럽의 스마트, 중국 창어 1호 등 각국의 첫 달 궤도선도 고의 충돌을 택했다.

이런 충돌 과정은 지구에서 관측 기회로 삼거나 낙하 과정에서 달 착륙선에 활용할 정보를 얻는 등 과학적인 활용도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다만 충돌 대신 달을 특정 경사각으로 돌며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고 달을 돌 수 있는 궤도인 '달 동결궤도'가 새로 개발되면서 다누리도 이를 활용하는 것 또한 검토되고 있다.

달 동결궤도는 NASA가 연구를 통해 최근 개발한 궤도로, NASA의 달 궤도선 'LRO'가 이를 유일하게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LRO는 2009년 발사 이후 임무 기간이 3년이었지만 달의 남극을 30km 고도, 달의 북극을 165km 고도로 통과하는 동결궤도로 들어갔다.

LRO는 지난달 19일 달 착륙에 실패한 러시아 달 착륙선 '루나 25호'의 흔적을 찾아내는 등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항우연은 향후 임무와 탑재체의 추가 임무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해 내년 중 다누리의 최종 임무 종료 계획을 결정할 계획이다.

다누리 발사 당시 달탐사사업단장으로 프로젝트를 주도한 김대관 항우연 미래혁신연구센터장은 "내년 하반기 2025년도 궤도를 결정할 때 함께 논의돼야 하는 사항"이라며 "탑재체별로 요구하는 사항이 다를 수 있어 관련 논의를 이제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의 추락을 택할 경우 아폴로 착륙지점 등 NASA가 역사적 장소로 관리하는 '헤리티지 사이트'를 피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NASA가 미국 주도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협정' 참여국에 달의 문화유산을 보호해달라고 권고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미국에서는 아직 전혀 요구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다누리는 고도 100㎞ 원 궤도를 2시간 간격으로 돌며 순항하고 있다.

최근 항우연은 NASA와 맺은 '한미 달 탐사 협력 이행약정'을 2028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기관은 당초 한국의 달 탐사선이 2018년 발사되는 것을 상정해 올해까지 이행약정을 맺었지만, 한국 계획이 여러 차례 연기되며 이번에 연장 필요성이 생겼다.

shj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