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지출 견고…"저축보다 여행·콘서트 가고 핸드백 구매"
"지금 못하면 후회"…가족 하와이 여행에 1천300만원 쓰기도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현재를 즐기기 위해 여전히 돈을 펑펑 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미국인들은 아직도 내일이 없는 듯 돈을 쓰고 있다"며 "집 장만 또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저축보다 콘서트, 여행, 디자이너 핸드백을 위한 소비가 우선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높은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미국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통계상으로 가계 지출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기준 가계 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5.8% 늘어 4% 미만의 물가상승률을 앞질렀다.
특히 최근에는 여행과 콘서트 등 체험 경제가 붐을 이루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여기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델타항공은 지난 2분기에 사상 최고 매출을 올렸고, 티켓마스터는 올해 상반기에 2억9천500만장이 넘는 공연 티켓을 팔아치웠다.
경제학자들과 금융 자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거치며 직장과 건강, 일상생활과 관련한 장기계획에 불안함을 느낀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뿐인 경험 활동에 돈을 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웰스파고 은행의 마이클 리어스 금융 자문 책임자는 현재 미국인들의 소비 패턴에 대해 "후회로 가득 찬 충동적 결정이 아니라 그 반대"라며 "하지 않았다면 후회할 것에 지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카드 빚을 내고 집까지 팔아서 여행 등에 돈을 쓰는 미국인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금융 커뮤니케이션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30살 이비 후세인은 현재 약혼녀와 함께 뉴욕에서 3천달러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 테일러 스위트의 콘서트 투어 티켓을 1천600달러(216만원)에 구매했고, 약혼을 앞두고선 친구들과 함께 스페인 휴양지로 3천500달러짜리(474만원) 여행을 떠났다.
집 장만을 위해 고금리 대출을 받아 매달 이자를 내는 것보다 현실을 즐기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였다.
30대 후반의 린지·대럴 브래드쇼 부부는 지난 봄 신용카드 빚을 내고 아들과 함께 하와이 마우이섬 여행을 다녀왔다.
하루 385달러(52만원)짜리 4성급 리조트의 10일 숙박비와 항공료, 식사 비용을 합쳐 약 1만달러(1천355만원)가 들었다.
오하이오의 조시 리치너 가족의 경우 미국 횡단 여행에 돈을 대기 위해 퇴직연금 불입금을 낮추고 집까지 팔았다.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만년설을 죽기 전에 보기 위해 7천달러(948만원) 요금의 알래스카 크루즈 체험도 여행 일정에 추가했다.
리치너는 지난 팬데믹 경험과 앞으로 건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금 당장 돈을 펑펑 쓰기로 했다며 "더는 (미래를 위한) 돈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이후의 안락한 삶보다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소비를 하는 젊은 커플도 있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캔디스·재스민 켈리는 집 구매와 은퇴 연금을 위해 돈을 모으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매달 월급에서 수백달러를 따로 떼 고급 레스토랑 식사, 디자이너 핸드백 구매 등 '버킷 리스트'를 충족하는 데 돈을 쓰고 있다.
캔디스는 "은퇴후 재미를 위해 기다리는 것보다 우리는 그 반대로 하려 한다"며 "솔직히 현재 생활이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