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법원장 장기공백 안 돼" vs 野 "이런 인물 계속 보내면 부결"

'李 영수회담 제안' 놓고 맞선 여야, 김행·유인촌 청문회서도 충돌 예고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후폭풍이 긴 추석 연휴 내내 이어지면서 여야 대치 국면도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민의힘은 '영장 기각이 무죄는 아니다'며 사법 리스크 공세를 더욱 강화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탄압을 위한 검찰 수사의 무도함이 법원 판단으로 입증됐다'며 총반격에 나섰다.

여야는 이 대표가 연휴 기간 제안한 '영수회담' 제안을 두고도 연휴 마지막날까지 충돌했다.

국민의 힘은 대통령실이 대응하지 않는 가운데 "이 대표가 영장 기각을 무죄로 포장하려고 얄팍한 전략을 쓴다"며 여야 대표 회담에 먼저 응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삼고 상식과 정의를 회복하자는데 뭐가 두렵냐"며 회담 수용을 압박했다.

연휴 이후 대치 정국의 첫 고비는 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재판 지연과 사법 정치화가 발생했다며 불만을 표출해온 국민의힘은 '사법부 정상화'를 위해 임명동의안 가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과정에서 큰 흠결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이번에 이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지적은 '지적을 위한 지적'에 불과하다"며 "지금껏 판사로서 보여준 역량이 대법원장을 역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민주당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다면 앞으로 두 달 이상 장기간 대법원장 부재로 인한 사법부 전체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대표 영장 기각 후 민주당이 여권을 향해 취한 공세적 태도는 임명동의안 표결에서도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내일 의원총회에서 자연스럽게 논의가 되겠지만 전반적인 당내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라며 "청문회 결과에 따라 부적절한 인물이면 부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단일대오가 흐트러져 큰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이번만큼은 내분을 봉합하기 위해서라도 '무더기 부결'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야기할 경우 역풍이 우려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분명히 윤석열 정부에 경고하겠는데 이런 인물들을 계속 보내면 제2, 제3(의 인물)이라도 부결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두고도 여야는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5일 열기로 의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청문회에 불참하는 쪽으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여가위 여당 간사인 정경희 의원은 이날 "일방적이고 위법적으로 의결된 청문회는 결코 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는 4일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문제와 5일 열리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는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방송 3법 개정안 등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쟁점 법안들도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연휴 이후 여야 원내대표가 이들 사안을 두고 본격적으로 협상을 벌이는 만큼, 양보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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