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백일 선물, 아들이 전세금으로 쓴 것"…12월 항소심 전 처분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조다운 이도흔 기자 = '50억 클럽'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곽상도(64)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곽 전 의원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을 상대로 아들 곽병채씨와의 경제적 관계, 병채씨가 퇴직금 명목으로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 등을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9시 51분께 검찰청에 도착한 곽 전 의원은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 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검찰이 2년째 조사하고 있지만 저와 관련된 자료는 아무것도 없다. 저와는 무관하다"며 종전처럼 혐의를 부인했다.

아들 병채씨가 보석 보증금을 내준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구속돼 있었고 아내가 사망해 집에 가족이 아무도 없었다"며 "출소한 다음 곧바로 변제했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취업 후에도 곽 전 의원 아내의 카드를 사용하거나 전세보증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 역시 부인하면서 "(검찰이 아들과 자신을) 경제공동체라고 하는데 한두차례 지원해준 게 경제공동체는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오후에는 "내가 친손녀하고 외손녀가 100일 됐을 때 면세 한도인 2천만원씩 증여해준 게 있는데, 애들이 그걸 찾아서 전세보증금으로 썼다더라"며 "(검찰이) 너무한다고 생각한다. 탈탈 터는 것도 어느 정도가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근무하던 아들 병채 씨를 통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을 수수함으로써 적법하게 받은 돈인 것처럼 가장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15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일당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하나은행의 이탈 움직임으로 와해 위기에 처하자 곽 전 의원이 '해결사' 역할을 한 대가로 이 돈을 받았다고 본다.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컨소시엄 이탈을 막고 그 대가로 병채씨를 통해 50억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2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곽 전 의원을 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 컨소시엄 이탈 위기가 존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곽 전 의원이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곽 전 의원의 알선수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50억원이라는 퇴직금이 사회 통념상 과하다면서도 이를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았다고 볼 정도로 혐의가 증명되지는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곽 전 의원 부자가 경제공동체라는 검찰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한 뒤 병채씨를 뇌물수수 공범으로 입건하고 곽 전 의원 부자에게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해 보강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병채씨의 대학원 등록금 3천여만원이 곽 전 의원 명의 계좌에서 나갔고, 병채씨의 전세 보증금 2천만원도 곽 전 의원이 지원하는 등 경제공동체 논리를 보강할 새로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을 조사하며 '하나은행 이탈 위기' 상황도 구체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열 회장은 1심 재판에서 "하나은행 측과의 컨소시엄 논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보강수사 과정에선 "김정태 회장을 만나 하나은행을 끌어오려 했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곽 전 의원 부자의 처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이 12월 19일로 잡힌 만큼 그 전에 이들의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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