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만에 재회…영남권 지지율 하락에 총선 비상등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곧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도식을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른바 '보수 결집'을 위한 발걸음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텃밭인 영남권 지지율도 하락하는 등 총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나온 행보다.

게다가 과거 친박(친박근혜)계의 영남권 무소속 출마와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설까지 불거지면서 보수층 분열의 경고음까지 나오는 점은 윤 대통령에게 보수층 전체를 아우를 정치적 행보와 소통 메시지의 필요성을 일깨웠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란히 구속하는 데 윤 대통령이 단초를 제공했다고 여기고 여전히 싸늘한 시선으로 보는 여권 지지층도 적지 않은 형국이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함께 있는 장면 자체가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이런 점들로 미뤄볼 때 윤 대통령이 정치적 돌파구를 찾고자 박 전 대통령을 만나 결집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한 장면이다.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식 이후 17개월 만이다.

실제로 통상 순방 후에는 대통령실로 직행해 쌓였던 국내 현안을 챙겼던 윤 대통령이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귀국 2시간 만에 현충원으로 직행했다.

특히 현직 대통령으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도식을 찾은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을 만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셈이다.

국정 농단 사건의 특별검사팀 소속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을 구속하고 결국 박 전 대통령 탄핵 소추까지 이어졌던 옛 악연을 털고 관계 회복을 위한 제스처를 취한 것이란 분석 역시 가능하다.

윤 대통령의 이날 추도사에도 화해와 보수 결집을 위한 메시지가 곳곳에 담겼다.

"박정희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기고 이를 발판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영애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가족들에게 자녀로서 그동안 겪은 슬픔에 대해 심심한 위로 말씀을 드린다" 등이 대표적이다.

보수 지지층이 존경하는 인물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함으로써 보수층 결집을 도모하는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위로와 공감 등을 담은 메시지들로 보인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악수하며 안부를 물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단둘이 대화를 나눴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5돌 숭모제 및 기념행사'에도 축전을 보내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해온 경제개발과 과학기술 입국을 통해 지독한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면서 "자유민주주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의 위업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중동을 떠나 현충원까지 달려와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윤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집권 여당의 내년 총선 패배 시 후반기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라는 해석이 많다. 일찌감치 보수층의 마음을 달래고 사로잡기 위해 공을 들인 것이란 분석인 셈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에 이기기 위해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동단결할 수 있도록 박 전 대통령이 가진 많은 경험이나 영향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mskwa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