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미사일로 서로 공격 지속…"대응·도발 구별 어려워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는 연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충돌이 일어나면서 역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주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매일 서로를 공격해왔으며 그 공격의 범위와 강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직후부터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를 향해 로켓과 박격포, 대전차 미사일 등을 쐈고, 이스라엘군은 야포와 드론 등으로 헤즈볼라의 공격 지점에 보복을 가했다.

처음에는 양측이 보복으로 상대방을 공격했지만, 이제는 지속해서 사격을 주고받는 행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공격은 양측 국경에서 6.4∼8㎞ 정도에서 이뤄졌는데, 이는 더 큰 파괴적인 전쟁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율된 범위였다.

그러나 전날에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국경에서 19㎞ 떨어진 레바논 나바티예의 알루미늄 공장을 공격했다. 이는 양측 모두에게 보복 사격이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게다가 양측 모두 상대방 공격에 더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전투기를 보내고 있고, 헤즈볼라는 드론과 더 큰 구경의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

전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부인했으나 같은 날 오후 헤즈볼라의 첨단 지대공 미사일을 표적 삼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IDF)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레바논 시민들은 이러한 무모함과 하마스·ISIS의 옹호자가 되기로 한 헤즈볼라의 결정에 대한 대가를 견뎌야 할 것"이라며 "IDF에는 북부의 안보 상황을 바꾸기 위한 작전 계획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과거보다 훨씬 더 파괴적일 것이며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양측의 공격이 격화하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중 한쪽이 오판 또는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전면전에 다다를 위험이 커지고 있다.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의 안드레아 테네티 대변인은 "양측 중 한쪽이 어떤 일을 하든 다른 한쪽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더 큰 싸움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네티 대변인은 이제 어떤 공격이 대응이고 어떤 공격이 도발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공격 증가가 전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이 지역 주민들은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 국경 지역에서 4만6천명 이상의 레바논인이 대피한 상태다.

6주 전 국경 근처 마을을 떠나 티레로 피란 왔다는 한 주민은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당시에는 레바논에서 1천200명 이상, 이스라엘에서는 165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헤즈볼라가 레바논 국민들의 지지를 계속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WP는 전했다.

전면전에는 큰 비용이 드는데, 이미 레바논은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데다 경제는 붕괴 전의 불완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헤즈볼라와 가까운 정치분석가 모하메드 오베이드는 하마스가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헤즈볼라가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래를 생각하면 (헤즈볼라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이기도록 내버려 둘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들(이스라엘)은 그다음으로 레바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