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찌든 민심, '전기톱 대통령' 선택

[아르헨티나]

'극단주의 끝판왕' 밀레이, 대통령 당선
경제학 교수 출신, 정계 입문 5년 만에
막말·기행 악명 '아르헨의 트럼프' 별명

▶물가 142% 좌파 집권에 신물

아르헨티나에서 1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전기톱 후보’로 돌풍을 일으킨 하비에르 밀레이(53)가 당선됐다. 지난 2021년 아르헨티나 하원 입성한 제3 세력 아웃사이더  밀레이는 집권 중인 좌파 페로니스트(대중영합주의자) 후보를 누르고 정치 입문 5년 만에 대통령직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수십 년간 이어진 포퓰리즘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에 지친 민심이 결국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 해체, 장기 매매·신생아 매매·마약의 합법화,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를 달러로 대체, 총기 소유 허용, 임신중지(낙태) 금지…
그가 이번 대선에서 내건 공약들이 말해주듯 밀레이는 혐오를 부추기는 막말과 기행으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린다. 

1970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버스기사의 아들로 태어난 밀레이는 20여 년간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며 TV 토론 프로그램 패널과 라디오 DJ로 인지도를 높였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좌파와 우파 모두 싸잡아 비판하며 인기를 끌었다. "무능한 정치 체제를 폭파시키겠다"는 일성으로 2018년 자유전진당을 창당했고 2021년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이때까지만해도 밀레이는 존재감이 미미한 '아웃사이더'였다. 지난 8월 예비선거에서 깜짝 1위를 했을 때도 '반짝 돌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그러나  페론주의(좌파 포퓰리즘 정책)를 내건 집권여당의 경제 실정에 지친 민심은 밀레이를 선택했다.

▶ 자칭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자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자"를 자처한 밀레이는 시스템을 전면 부정하는 극단주의 포퓰리즘으로 표를 모았다.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겠다며 전기톱을 들고 선거 운동을 하는가 하면, 무능한 중앙은행은 아예 없애겠다고 했다. 힘을 쓰지 못하는 페소화의 가치를 되살리려 애쓰느니 달러화를 쓰겠다고 했고, 시장 지상주의자로서 장기와 신생아 매매 합법화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밀레이의 정치 스타일은 트럼프를 닮았다"고 짚었다. 언론과 비판자들을 거칠게 공격하고 기후변화를 거짓말로 치부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주인공 울버린과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본뜬 독특한 헤어스타일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교황은 악마, 똥덩어리"

밀레이는 입이 매우 거칠다.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을 "망할 공산주의자, 악마, 똥덩어리"라고 불렀고, "사회주의자는 쓰레기, 인간 배설물"이라고 주장하고 부패한 정부가 국민의 돈을 강탈한다며 "국가는 유치원의 소아성애자"라고 했다. 밀레이는 개 다섯 마리를 키운다. 코난은 2017년 죽은 뒤 5만 달러를 주고 복제한 개다. 나머지 네 마리에는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루카스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이름을 붙였다. 퍼스트레이디 역할은 여동생인 카리나(51)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