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민들 "잠시나마 푹 자고파", "친지 생사 수소문"

가족 잃은 주민들은 절규 "차라리 함께 죽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4일 오전 7시(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2시)부로 나흘 간의 휴전에 들어가면서,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가자지구 주민들도 모처럼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가자지구 주민들 사이에서도 처지에 따라 휴전을 받아들이는 표정은 사뭇 다르다고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이스라엘 폭격에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한시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던 주민들은 잠시나마 근심을 내려놓고 잠을 청하게 될 수 있다며 휴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전쟁통에 가족과 친지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역설적으로 휴전이 오히려 절망의 시간이 되고 있다. 그동안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망자를 제대로 애도조차 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 휴전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현실을 새삼 자각하는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주민 칼레드 로즈 씨는 알자지라에 휴전이 발효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로 '잠자기'를 꼽으면서 나흘 간의 휴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며 전쟁이 발발한 이래 치열한 전쟁이 전개된 가자지구 북부는 물론 가자지구 중부, 남부까지 무차별적으로 폭격이 가해지는 통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한순간도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없었던 게 현실이었다.

로즈 씨는 "조금이나마 정신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휴전 기간을 이용해 생필품이 떨어진 집에 물과 물품을 채우고 싶다는 소망도 이야기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의 집중 포격을 받은 가자지구에 있는 친지의 생사도 알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가자시티에 외가가 있다는 그는 "가족 중 누가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며 "세상을 떠난 친척들을 애도하고 싶다. 이스라엘은 우리에게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위해 울 기회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가자시티에서 포격을 피해 가자지구 남부로 피란한 다섯 아이의 아빠 엩타프 후시엔 무사타프 알자말란 씨는 휴전 기간에 떠나온 집에 돌아가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여전히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며 휴전 기간이 짧아 아마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슬프다고 덧붙였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의 주택 절만 가량은 이스라엘의 폭격에 완전히 파괴됐거나 피해를 입었지만, 그는 "피란민으로 사느니 원래 동네에 텐트라도 치고 사는 쪽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폭격에 스무살 난 아들을 잃은 피다 자예드 씨는 그토록 기다리던 휴전이 발효됐지만 아들이 곁에 없는 것에 절망하고 있다.

그는 AFP에 "아들이 죽기 전 나에게 한 마지막 말은 24일 휴전이 시작되길 기다린다는 것이었다"며 "휴전이 되면 밥과 치킨을 차려달라고 했는데…"라며 흐느꼈다.

자예드 씨는 "우리가 서로 애도할 필요가 없게 나와 (남은)아이들도 차라리 여기서 죽으면 좋겠다"고 절규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정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은 1만4천명을 넘어섰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