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 교정하고, 맞춤형 수업 진행…'프리토킹 앱'도 보급

외국 학생과 비대면 교류 확대…원어민 보조교사도 늘리기로

교육계 "로봇 교사, 돈 들인 만큼 효율적일지 의문"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시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학생과 1대 1 영어회화를 하는 로봇이 투입된다.

영어 듣기와 말하기 교육 등을 위해 챗봇, 스마트폰 앱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외국 학생과 비대면으로 교류하는 공동 수업도 확대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교육 국제화 추진·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에듀테크를 활용한 로봇과 앱을 내년 3월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 수업시간에 '로봇과 영어회화'…프리토킹 가능한 앱도 보급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기업과 협력해 개발 중인 '영어 튜터 로봇'이 5개 초·중학교에 각각 1대씩 보급된다.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서빙 로봇과 유사한 생김새의 이 로봇은 AI 기능이 탑재돼 학생과 1대 1로 영어 대화를 나누는 기능을 갖췄다.

로봇은 교실에서 보조교사 역할을 하면서 원어민처럼 영어회화 시범을 보인다.

학생의 발음을 교정하고, 학습이 뒤처진 학생에게 다가가 개별 교육을 하는 등 맞춤형 수업도 진행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범사업 후 성과가 좋으면 내년 하반기에 수요 조사를 거쳐 영어 튜터 로봇을 확대 보급할 방침이다.

영어 교육을 위한 '음성형 챗봇 앱'도 내년 3월 3개 초·중학교에 시범 도입한다.

앱에서 학생이 특정 상황을 설정하면 '프리토킹(자유대화)'이 가능하다. 예컨대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하는 상황을 가정한 영어회화 등이 가능하다

앱은 무료 대여 디지털 기기인 '디벗'이나 개인 휴대전화, PC 등에 설치해 쓸 수 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활용 중인 'AI 펭톡'의 홍보와 연수도 강화한다. AI 펭톡은 초등학생용 영어 말하기 연습 시스템으로 교과 과정과 연계돼 있다.

중학생 대상의 영어 말하기 콘텐츠와 시스템도 개발하며, 영어 도서관 앱을 활용한 독서 교육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애듀테크 활용에 대한 교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중등 영어교사 에듀테크 지원단을 구성한다. 교육청의 자체 AI 기반 영어교육 자료도 개발해 보급한다.

◇ 해외 학생과 비대면 영어 교류 확대…원어민 교사도 늘려

학생들의 글로벌 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현재 일부 학교에 도입된 '국제공동수업'을 확대한다.

국제공동수업은 서울시교육청이 개발한 통·번역 시스템을 이용해 서울 학생과 외국 학생이 비대면으로 교류하는 방식의 수업이다.

올해는 각국 학생들이 코딩을 배운 후 공동 주제로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재 198개 학교에서 18개 국가와 교류 중인데, 2026년까지 중학교 1학년 전체와 희망하는 초·중·고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외국어에 능통한 내·외국인이 참여하는 국제공동수업 지원단을 구성해 현장을 지원한다.

원어민 보조교사도 확대한다.

희망하는 모든 공립 초등학교에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1명을 배치한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최대 2명까지 배치할 방침이다.

원어민 보조교사 배치에 따른 학교의 행정업무를 경감하기 위해 전담 조직도 설치한다.

서울 학생들이 기후위기 등 지구촌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세계시민혁신학교'를 확대한다.

세계시민혁신학교는 지구촌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존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과과정을 배우는 학교다. 현재 초·중·고교 각각 1개씩 총 3개 학교에서 운영 중인데, 이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국경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계 지구인'(가칭)을 발굴해 삶과 의미를 소개하는 세계시민교육 자료도 제작·보급한다.

원어민 교사 수요는 있지만 현장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세계시민교육원'(가칭)을 설치해 원어민 교사를 관리한다.

서울시교육청 대외협력담당관에 외국어가 능통한 '서울교육 국제화 지원관'을 배치, 외빈에게 서울 교육의 주요 정책을 전문적으로 소개할 방침이다.

다문화 학생을 위한 맞춤형 한국어 교육도 강화한다.

서울형 한국어 예비학교(한빛 마중 교실)를 확대하며, 한국어 교실, AI 연계 온라인 한국어 학습 프로그램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이 넓은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고,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받아들이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며 "서울을 글로벌 교육을 선도하는 도시로 만들고, 열린 다문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어 튜터 로봇 도입과 원어민 교사 확대에 대해 교육계는 교사의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호철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로봇을 도입한다면 분명 학교에서 관리해야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도 누군가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는 업무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다만 업무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교사를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교사는 지식 전달 말고도 전인 교육을 한다. 로봇이나 AI가 들어와도 교사의 역할이 없을 수가 없다"고 답했다.

김한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대변인은 "영어는 AI나 디지털 교과서로 발음 훈련을 시키면 될 것 같은데, 로봇에 돈을 많이 들인 만큼 효율이 날지 모르겠다"며 "원어민 교사의 경우 관리하는 데도 교사 부담이 크고, 이미 교사들이 원어민 수준으로 발음을 잘한다"고 지적했다.

sf@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