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자금 지원에 대한 감사 인사로 인식" 법정 증언

"수표 5천만원 은행 세곳서 현금으로 만들어…부적절함 인식"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에서 자금을 조달한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가 "송영길 전 대표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사업가 김모씨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무소속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정당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2021년 6월 캠프 해단식 마지막 날 송 전 대표와 같은 테이블에서 아침 식사를 한 적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김씨는 "쑥스러움을 타고 있던 차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같이 식사하자면서 제 손을 끌고 테이블에 앉게 했다"며 "자리에 앉자 송 전 대표가 '여러 가지로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김씨는 캠프에 5천만원을 전달한 것 외에는 다른 도움을 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송 전 대표의 이러한 인사가 자금 지원에 대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송 전 대표와 20년 이상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였고, 2021년 3월 강씨로부터 당 대표 경선캠프 구성·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요청받자 현금 5천만원을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던 박용수 씨를 통해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왜 강씨가 아닌 박씨에게 돈을 건넸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보좌관에게 전달해야 정확히 송 전 대표에게 보고되고 정상적으로 잘 쓰일 것으로 기대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돈을 전달한 2021년 4월 19일 "지인에게 5천만원을 수표로 빌린 뒤 은행 세 군데를 거쳐 1천만원씩 든 봉투 다섯개를 만들었다"며 "상의와 바지 양쪽 주머니에 돈 봉투를 넣고 회사 법인차량을 타고 여의도 선거캠프를 찾아가 박씨에게 전달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어 "수표가 아닌 현금으로 갖다줘야 증거도 안남고 편히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부적절한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이 부담스러워 강씨에게 '5천만원 지원한 것을 모르는 체해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박씨가 김씨로부터 받은 5천만원과 캠프 내 부외자금을 합쳐 총 6천만원을 만든 뒤 2021년 4월 300만원이 든 돈 봉투 10개씩 두 차례 이정근 씨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이를 윤 의원에게 전달했고, 같은 달 28∼29일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씩 든 봉투 총 20개(총 6천만원)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뿌려졌다는 게 검찰이 보는 사건의 얼개다.

hee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