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구진 "눈물 속 물질이 공격성 관련 뇌 반응 조정"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인간의 눈물에 다른 사람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 물질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의 노암 소벨 신경생물학 교수 연구팀이 생물학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타인의 눈물 냄새를 맡은 남성의 공격적 행동이 40% 이상 감소했다.

소벨 교수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여성의 눈물 냄새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보다 구체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이번 연구에서 슬픈 영화를 본 여성들이 흘린 눈물을 수집했다.

성별을 특정해서 눈물을 기증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여성이 지원했고, 이들 중 특히 눈물을 많이 흘린 여성 6명이 기증자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이들로부터 수집한 눈물과 식염수의 냄새를 남성 31명에게 맡게 했다. 남성들은 냄새를 맡은 뒤 부당하게 점수를 깎아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도록 만들어진 컴퓨터 게임에 참여했다.

그 결과 남성들은 식염수 냄새를 맡았을 때보다 눈물 냄새를 맡았을 때 게임에서 응징과 같은 형태의 공격적 행동을 43.7% 덜 보였다.

뇌 촬영에서는 눈물 냄새를 맡은 사람들의 뇌에서 공격성과 관련된 뇌신경망 활동이 더 낮았다. 뇌 내 냄새를 다루는 영역과 공격성을 관장하는 영역 간의 기능적 연결성도 더 높게 나타났다.

소벨 교수는 "공격성 감소는 인상적이었고 진짜로 보였다"며 "눈물 속에 든 물질이 무엇이든 그것은 실제로 공격성을 낮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사람의 공격성을 감소시키는 인간 눈물 속의 물질이 공격에 취약한 아기들을 보호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소벨 교수는 "아기들은 '내게 공격적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다. 아기의 의사소통 능력은 매우 제한돼있고 무력해 공격성을 낮춰야 할 확정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의 아트 핑에르후츠 명예교수는 "눈물이 어떤 식으로든 공격성을 억제하는 것은 타당하다. 유아들이 신체적 학대 위험에 취약하다는 것은 상식이고 (눈물은) 그들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리버풀 존무어스 대학의 심리학자 미나 라이언스 박사는 눈물에 의한 공격성 감소가 "놀랍다"면서도 "실제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라이언스 박사는 "가정폭력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눈물은 가해자의 공격성을 낮추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울음의 사회적 맥락은 대단히 복잡하며 공격성의 감소는 눈물의 여러 잠재적 기능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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