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에게 '17조 유산' 물려준다

[프랑스]

80세에 무자녀…자선단체 기부 약속 취소

수십년 일한 51세 男 양자삼아 상속 절차

팬데믹 기간 극진 보살핌에 감동받아 결심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창업자 5대 후손인 니콜라 푸에슈(80)가 자신의 정원사이자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직원을 법정 상속인으로 삼기 위한 입양 절차에 들어갔다. 그는 독신이며 유산을 물려줄 자식이 없어 모든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었다.

스위스 매체 트리뷴 드 제네바에 따르면 푸에슈는 자신의 재산 120억 유로(약 17조 원) 중 적어도 절반을 정원사에게 남길 계획이다. 에르메스 창업자 후손의 재산을 물려받을 정원사는 모로코 가정 출신이며 현재 51세로 알려져 있다.

이와관련 당초 푸에슈의 재산이 기부될 예정이던 소크라테스 재단은 즉각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 대응을 강구하고 나섰다.
재단 측은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상속 계약의 일방적인 취소는 무효이며 재단은 설립자와 논의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2011년 푸에슈가 설립한 이 재단은 ‘건강한 디지털 공공 공간’을 위해 노력하는 공익 저널리즘과 시민 사회 단체를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푸에슈가 왜 자신의 정원사를 양자로 삼으려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진 게 없다. 다만 해당 정원사는 수십 년간 푸에슈를 위해 정원사, 잡역부, 매니저의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푸에슈는 평소에도 이 남성을 ‘아들’로, 남성의 아내는 ‘며느리’로 불러왔다.

특히 푸에슈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이 부부가 자신을 각별히 보살피는 것을 보며 감동 받았다. 이번 상속에 깊게 관여한 한 변호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푸에슈가 과거 인연보다는 현재 가깝게 지내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푸에슈가 에르메스 지분을 놓고 일가 친척과 겪은 불화도 그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푸에슈가 법적으로 정원사에게 유산을 남기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푸에슈는 현재 스위스에 거주 중인데, 스위스의 입양 규정에 따르면 양부모가 되길 희망하는 자는 미성년인 입양자와 1년 이상 함께 생활해야 한다.

푸에슈는 실크 스카프와 가죽 가방으로 유명한 브랜드 에르메스의 지분 5.7%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데믹 이후 럭셔리 브랜드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르메스의 가치는 거의 2,110억 유로(약 301조 원)에 달했으며, 푸에슈의 지분 가치는 약 17조 원에 달한다.
이달 초 발표된 블룸버그의 연간 자산 순위에 따르면 에르메스 가문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부유한 가문이다.

▣수퍼리치의 이색 상속

▶지난 2007년 사망한 한 포르투갈의 귀족 가문 출신 남성은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뽑은 70명의 사람들에게 리스본에 위치한 방 12개짜리 아파트, 고급 차량 등을 남겼다.
▶1900년대 초반 위스콘신에서 사망한 아치볼드 맥아더는 자신의 가족들에겐 각각 단 5달러씩만 남기고, 오늘날 가치로 약 300만 달러에 달하는 남은 재산은 공원 벤치에서 친구가 된 남성에게 넘겼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해리 햄슬리의 미망인이었던 리오나 햄슬리는 2007년 사망하며 자신의 몰티즈 종 반려견 ‘트러블’에게 1200만 달러를 상속했다. 이 돈은 4년 뒤 려견이 사망하자 자선 목적으로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