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37세 김주현 서울대 교수 조명 "흡혈 곤충의 대모"

부모님 걱정 딛고 각광받는 빈대 연구자 부상
"연구위해 흡혈 곤충에게 자신의 피까지 내줘" 

빈대에 직접 피를 내주며 연구에 매진해 온 김주현(37)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가 외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빈대를 연구한다고 해 부모님의 걱정을 샀던 그가 세계 곳곳의 빈대 창궐로 가장 각광받는 연구자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흡혈 곤충의 대모가 국가의 빈대 퇴치 작전을 짜다'라는 제목의 아시아판 기사에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빈대 확산이 시작된 한국에서 김 교수의 그간 연구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김 교수는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빈대를 퇴치할 수 있는 대체 살충제 성분을 찾아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기존에 빈대 살충제로 쓰던 피레스로이드 계통에 저항성을 가진 빈대 퇴치에 이미다클로프리드, 피프로닐 성분의 살충제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미국 위생곤충학회지에 발표했다. 이미다클로프리드와 피프로닐은 이미 각각 농사와 동물용 구충제로 사용되고 있어 상용화가 쉽다.

김 교수의 연구 결과는 최근 국내 곳곳에서 빈대가 출몰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정부 합동대책본부도 이 연구 결과를 활용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선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단 20건의 빈대 사례가 보고됐을 정도로 빈대는 눈에 띄지도, 관심을 모으지도 못하는 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빈대가 출몰해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WSJ은 김 교수의 박사후 연구과정을 지도한 존 마셜 클라크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 교수가 그를 '빈대 공주'(bedbug princess)라고 불렀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김 교수의)부모님이 처음에는 딸의 직업 선택에 대해 걱정했지만 이제 그 딸은 국가적 영웅이 됐다"고 전했다.

김 교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이시혁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는  "김교수가 흡혈 곤충의 대모가 될 운명이었다"면서 "그가 대학원생이었을 때 흡혈 머릿니를 연구할 생각이 있냐고 대학원생들에게 묻자 김 교수만 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연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키우는 이나 빈대에게 직접 피를 내주기도 하면서 "흡혈 곤충에 안쪽 종아리가 물렸을 때 가장 덜 가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WSJ은 온통 곤충으로 채워진 김 교수의 연구실 풍경도 전했다. 진드기, 초파리, 머릿니 등 곤충 인형이 군데군데 놓여있고 머그잔에는 모기 그림과 함께 '조용하지만 치명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벽에는 온갖 곤충들 그림과 함께 "만약 당신이 숨 쉬고 있다면 우리는 당신을 찾아낼 것"이라는 글귀가 프린트된 티셔츠도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