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산부인과 의사 된 美 입양아 '친엄마 찾기' 20여년 
생후 5달만에 미국행 강금주씨 "꼭 살아 계셨으면"

"친엄마에 대해 궁금한 게 정말 많아요. 좋아하는 건 뭐고 싫어하는 건 뭔지, 제가 닮은 특이한 성격이나 버릇이 있는지, 외모는 저랑 닮았을지도요."
서맨사 페이스(한국 이름 강금주·46)씨는 생후 5개월 만인 1979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로 입양됐다.

1978년 9월 5일 경남 진주시 맹조산원에서 태어난 그의 친모는 당시 30대 초반 미혼모였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산원을 떠난 그는 "아기를 잘 돌봐주고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좋은 곳으로 보내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위탁가정에 맡겨졌다가 동방사회복지회를 거쳐 미국으로 입양된 페이스씨는 미국인 부모님과 3년 먼저 한국에서 입양된 언니가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 근면 성실한 철도노동자 아버지, 교육에 유독 엄격했던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그는 현재 미네소타주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두 살배기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는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돌보지만 정작 제 출생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던 2000년 독일 하노버 엑스포에서 한국 전시관을 본 뒤 알 수 없는 격한 감정을 느꼈다는 페이스씨는 그 이후 친모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입양단체를 뒤지고 유전자 검사까지 친모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지만 결과는 매번 실패였다.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친모를 찾고 싶다는 그는 무엇보다도 친엄마가 이미 세상을 떠났을 수 있다는 게 가장 두럽다고 말했다.

"그냥 제 삶이 행복하다는 걸 친엄마가 알았으면 해요. 제가 배 안에서 자라는 동안 돌봐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하고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저를 입양 보내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