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스' 오스카 작품상 후보

[이·사·람]

각본상 후보에도…수상하면 '아카데 새역사'
'기생충', '미나리' 이어 또 'K-무비' 돌풍 기대

"'패스트 라이브즈' 감독 셀린 송(36)이 오스카에서 여성감독이자 첫 영화로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미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23일 발표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들을 전하며 작품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를 특별히 조명했다. 송 감독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첫 한국계 여성감독이다. 특히 그는 한석규·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넘버 3'(1997)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로 밝혀져 화제를 더하고 있다.

이 매체는 지난해 1월 독립영화제 선댄스에서 영화감독 데뷔작을 처음 선보인 송 감독이 1년 만에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는 이례적인 기록을 썼다고 강조했다.
아카데미 역사에서 여성감독이 데뷔작으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사례는 과거에도 두 차례 있었으나 모두 수상엔 실패했다.

만약 '패스트 라이브즈'가 이번에 작품상을 받게 되면 여성감독의 데뷔작이 작품상을 받는 첫 번째 기록을 쓰게 된다.
아카데미 역사에서 여성감독의 영화가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것은 총 19차례였으며, 처음으로 수상한 감독은 '허트 로커'(2008)를 연출한 캐스린 비글로 감독이었다. 이후 두 번째 여성감독 수상 사례는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2020)였다. 자오 감독은 아카데미 작품상의 주인공이 된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감독이었다.

한국인 또는 한국계 감독의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것은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021년 한국계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이후 세 번째다.
외신들은 이번 작품상 후보에 '패스트 라이브즈'를 비롯해 거윅 감독의 '바비'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등 여성감독의 영화가 3편이나 오른 데에 의미를 부여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 1년간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인 고섬어워즈 작품상,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을 비롯해 미국의 지역별 각종 영화제와 국제영화제에서 총 64개 상을 휩쓸었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남녀가 20여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엇갈린 운명 속에 인생과 인연의 의미를 돌아보는 과정을 그렸다. 12살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다.

송 감독은 “첫 영화로 후보로 지명된 것은 가장 멋진 일이고 엄청난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쳤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미치도록 놀랍고, 이 영화의 일부가 되어주고 영화에 대해 말해준 모든 이들에게 미치도록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