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동거남 살해' 징역 100년 19세 앤드류 서 …50세 돼서 모범수 조기 석방, 감격의 눈물

80년 형으로 감형, 지난 26일 극적 석방
'시카고 한인 가정사 비극' 美 전국 관심
옥중 학사 학위 취득, 청소년 교육자 꿈
살인 사주 누나, 종신형 선고후 복역 중

누나의 꾐에 속아 저지른 살인죄로 징역 10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재미 교포 앤드류 서(50·한국명 서승모)가 30년 만에 모범수로 조기 석방됐다.

26일 서씨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일리노이주 서부 키와니의 교도소를 나와 지지자들과 변호인의 마중을 받았다. 그는 시카고 한인 교회 교인들이 한국식으로 준비해온 두부를 먹으며 출소를 축하하기도 했다.

트리뷴은 출소자에게 두부를 먹이는 한국 문화에 대해 “지난 시간 있었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깨끗이 씻는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서씨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정말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씨는 대학 2학년이던 1993년 9월 25일 누나(현재 나이 54세)의 동거남이던 로버트 오두베인(사망 당시 31세)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1995년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부모 없이 단 둘이 살아가던 서씨 남매가 오두베인 명의의 생명 보험금 25만 달러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서씨는 체포된 후 혐의를 시인했다.

하지만 서씨가 당시 열아홉이던 누나의 사주를 받고 살인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서씨는 항소심 끝에 80년형으로 감형됐다. 서씨의 변호사는 “서씨의 30년 수감 생활은 완벽(만점)에 가까울 만큼 모범적이었다”면서 “남은 형량에 대한 감형 요청을 카운티 검찰이 수용한 것”이라고 조기 출소 배경을 설명했다.

서씨는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인 1976년 시카고로 이민했다. 그러나 이민 9년 만인 1985년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세탁소를 운영하며 남매를 키우던 어머니마저 1987년 자신의 세탁소에서 강도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후 서씨는 다섯 살 위인 누나에 의지해 살았다. 슬픈 가족사 속에서도 유명 사립고교의 학생회장을 지내고 미식축구로 활약하며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촉망받던 그는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꿈꾸던 미래를 잃고 만다.

그의 비극은 2010년 ‘하우스 오브 서(The House of Suh)’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되며 대중에 알려졌다. 
사건 당시 부모를 잃고 가족이라고는 누나밖에 남지 않았던 서씨는 '오두베인이 엄마를 죽였다. 그는 엄마가 남긴 재산을 도박 빚으로 탕진하고 (나를) 학대한다'라는 누나 캐서린의 말만 믿고 오두베인을 살해할 결심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대학교 2학년이었을 때였다.

그는 “오두베인을 죽이는 것이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 가족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7년 후인 2017년 시카고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누나가 내게 거짓말을 했다고 확신하게 됐다”면서 “누나는 80만 달러의 유산을 노리고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도 ‘서씨 어머니 사망 사건’은 미제로 남아 있다.
서씨의 누나 캐서린은 재판을 앞두고 하와이 호놀룰루로 도주했다가 1996년 3월 현지 연방수사국(FBI)에 자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한편 서씨는 교도소 내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해 교사 자격증을 딴 것으로 전해졌다. 출소 후 그는 지역 사회 청소년 교육자 등으로 활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