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쟁자 헤일리 "노부모만 있던 집에 보안관보 출동…가족 위험"

대선 앞두고 트럼프 관련 판검사·의원 등 겨냥한 위협 급증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겨냥한 거짓 신고전화(스와팅·swatting) 위협이 잇따르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카운티 키아와섬에 있는 헤일리의 자택으로 보안관보가 출동했다.

찰스턴 카운티 보안관실은 헤일리의 딸이 피를 잔뜩 흘린 채 쓰러져 있고 헤일리가 총으로 자해하겠다고 위협한다는 911 신고 전화를 받고 보안관보를 보냈다.

자칭 '로즈'라는 신고자는 자신이 헤일리와 통화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안관보는 헤일리의 집 현관에서 헤일리로 보이는 여성과 대화를 나눈 뒤 신고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로이터가 헤일리의 집을 겨냥한 스와팅 사건 기록을 보안관실에 요청해 받은 결과 드러났다.

앞서 이번 사건의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헤일리를 겨냥한 거짓 신고 사건이 발생했다.

'트래비스'라고 스스로를 밝힌 한 남성이 911로 전화해 헤일리의 집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총으로 쐈다고 주장하고 자해하겠다고 위협해 당국이 대응했다.

당시 헤일리의 자택에는 헤일리는 없었고 각각 87살·90살인 헤일리의 부모와 돌봄 인력이 있었다.

보안관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보안관보가 현관에서 돌봄 인력과 대화, 총에 맞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이후 집 주인인 헤일리와 통화했다.

이들 사건 중 지난달 30일 신고 전화의 전화 발신번호는 확인이 안 됐지만, 1일 신고 전화 발신번호는 확인돼 수사 중이라고 보안관실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헤일리는 전날 NBC 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첫 번째 스와팅 사건에서 출동한 보안관보들이 "내 부모에게 총을 겨눴다"면서 "이는 우리 가족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안전한 상황이 아니었으며, 지금 당장 우리 나라를 둘러싼 혼돈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헤일리는 또 "내 생각엔 그것(스와팅)을 두 번 겪었다"면서 2번째 스와팅 사건을 살짝 언급했지만, 사건 일시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선한 2020년 대선 이후 정부 당국자·판사·선거 관리자를 상대로 한 폭력 위협, 폭탄 공격 협박 등이 증가했으며, 이 같은 거짓 신고, 이른바 스와팅도 그중 하나다.

경찰 특수기동대(SWAT)에서 이름을 딴 스와팅은 특정인을 괴롭힐 목적으로 허위 신고를 해 그의 거주지로 경찰 등을 출동시키는 것이다.

표적이 된 사람을 놀라게 할 뿐 아니라 경찰이 현장에서 총기 등 무력을 행사해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으로, 2017년 스와팅으로 출동한 경찰의 총격으로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한 사례도 있다.

특히 올해 대선을 앞두고 지난 두 달에 걸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와 경쟁자 모두를 겨냥한 스와팅이 크게 늘었다.

그 대상이 된 이들 가운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결정한 민주당 소속 셰나 벨로즈 메인주 국무장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사건을 다루는 판사들과 최소 한명의 검사도 포함된다.

공화당 소속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역시 표적이 됐다.

데이비드 베커 선거혁신연구센터(CEIR) 대표는 "스와팅과 신체적 위협은 우리 민주주의의 기반인 공무원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면서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할수록 위협행위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