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돌려받고 박스는 빈 채로 리턴, 훔친 물건 가져가 "내 돈 돌려줘"

[뉴스포커스]

작년 반품의 13.7%, 무려 1010억불 피해...고객 붙잡기 위한 '선의의 판매 정책' 악용
젊은층 47% "계획하고 한번 사용후 환불"...자라, J. 크루 등 '리턴 수수료 부과' 대응

환불은 받고 반품 박스에 구입한 것과 다른 물건을 넣거나 빈 박스로 돌려보내고 심지어 돌이나 훔친 물건을 넣어 보내는 양심 불량 소비자들 때문에 소매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CNBC는 최근 고객을 잡기 위한 소매업체들의 '묻지마 반품 정책'을 악용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반품 사기'가 소매업계 최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통업계 자문업체 어프리스 리테일과 전미소매협회(NRF)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들이 반품한 7430억 달러 상당의 물품 중 13.7%, 금액으로는 무려 1010억달러 어치가 사기 반품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쇼핑 대목인 연말 할러데이 시즌엔 '반품 사기'가 더욱 극성을 부려 전미소매협회는 지난 연말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의 16.5%, 금액으로는 245억 달러 정도가 '반품 사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매업체들은 주로 온라인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근래들어 경쟁적으로 너그럽고 간편한 온라인 쇼핑 반품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다 보니 '반품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 증가로 외려 소매업체들의 발목을 잡게 된 것.

글로벌 배송업체 피트니 보우스가 168개 유통업체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품 처리비용은 평균적으로 주문한 상품 금액의 21%에 달한다. 그런데 배송비는 갈수록 비싸지고 반품 사기' 제품은 폐기처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CNBC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이사할 때 드릴과 같은 도구를 사서 선반을 조립한 뒤 반품하거나 할러데이 시즌때 파티 의상을 사서 한번 입고 반품하는 경우는 흔한 사례로 이런 반품 행태를 뜻하는 '워드로빙'(옷장처럼 쓰기)이란 용어까지 있다. 온라인 사기방지 기업 포터의 설문조사 결과, 18~34세 소비자의 47%가 미리 계획하에 의도적으로 물건을 사서 한 번 쓰고 반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일 제품을 사서 정가에 리턴하거나 스토어 크레딧으로 물품을 산 뒤 반품하면서 다른 카드로 환불 받거나 쓰레기통을 뒤져 영수증을 모은 뒤 그 물건들을 들고 데스크로 가 반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구매한 상품이 배송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 환불을 받거나 심지어 사지도 않은 상품인데 오지 않았다고 환불받은 경우도 있었다. 여러 개 주에 걸쳐 215개 상점에서 1000개의 아이템을 그런 식으로 '반품 사기'를 쳐 22만4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본 사람이 적발되기도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업체들이 반품 정책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의심스러운 반품을 식별하거나 잦은 반품을 하는 고객들을 걸러내 이력에 따라 반품 정책을 달리하고 있고 자라, J. 크루,  유니클로 같은 의류 브랜드들은 반품 남용을 막기 위해 리턴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신복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