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으로 '오스카'노린다

[이·사·람 /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올라 기염
 조폭 영화 '넘버3' 송능한 감독 딸
"'기생충'이 한국 영화 길 열어줘"

“태어나고 열두 살 때까지 자랐던 한국에서 제 영화가 개봉한다는 게 행복하고 꿈만 같아요”
데뷔작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최고상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사진)감독. 그는  현재 전세계 영화팬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는 가장 뜨거운 영화인중 한명이다. 

1988년생으로 올해 나이 서른여섯. 그러나 그의 첫 작품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세계 최고의 영화상인 오스카에서 작품상·각본상 2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기적을 일으켰고, 3월 10일 결과 발표를 앞둔 상태다. 데뷔작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 마틴 스콜세이지의 ‘플라워 킬링 문’ 등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2세 때 캐나다로 이민간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극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0년간 연극 극작가로 활동했다. 
뉴욕비평가협회는 이미 그에게 신인감독 작품상 트로피를 안겼다. 전 세계 영화상에서 185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64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상태다. 셀린 송 감독은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유년 시절 한국에서 알게 된 노라(나영)와 해성의 이야기다. 노라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며 해성과 헤어지게 되는데, 두 사람은 20여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셀린 송 감독은 “저의 어린 시절, 그리고 자전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국적 요소가 많은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겉으로만 한국적인 영화가 아니라 철학이나 이데올로기 측면에서도 한국적인 요소가 깊게 투영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기생충’ ‘미나리’를 잇는 영화라는 평에 대해 셀린 송 감독은 “‘기생충’이나 K팝·K드라마가 한국적인 요소가 많은 영화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며 "한국적 요소가 담긴 영화들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게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셀린 송 감독의 아버지는 송능한 감독이다. 송 감독은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가 출연한 전설의 조폭 영화 ‘넘버3’를 연출한 바 있다. 아버지 송능한은 ‘넘버3’로 한국에서 ‘넘버1’이 됐지만, 딸 셀린 송은 한국적 요소로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넘버1’이 되려 한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연은 넷플릭스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 등에 출연한 배우 그레타 리가 나영 역을,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유태오가 출연한다.
한편 ‘패스트 라이브즈’는 3월 6일 한국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