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 보유자 25세 켈빈 킵텀 교통사고 사망…파리 올림픽 대비 훈련중 불의의 참변

[케냐]

작년 2시간35초 완주, '魔의 2시간 벽' 근접
염소 키우다 13살 때 부터 마라토너 꿈꿔 
"놀라운 유산을 잃었다 "세계 육상계 충격

2시간의 벽을 깰 것으로 기대됐던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켈빈 킵텀(25)이 교통사고로 사망,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AP통신은 11일 킵텀이 케냐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킵텀은 케냐 현지시간으로 11일 밤 11시쯤 장거리 육상 훈련지인 케냐 고지대 엘도렛과 캅타가트를 잇는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지역 경찰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킵텀이 운전했으며 다른 차량은 없다고 밝혔다. 킵툼의 코치인 제르바이스 하키지마나까지 3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킵텀과 하키지마나 코치는 사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킵텀은 4월 로테르담 마라톤과 8월 파리 올림픽을 대비한 훈련을 하던 중이었다.
현지 경찰은 “킵툼이 몰던 차량이 통제를 잃고 도로를 이탈해 60m 떨어진 도랑에 빠지면서 큰 나무를 들이받았다”고 전했다.

킵텀은 마라톤을 2시간 1분 이내에 완주한 최초의 마라토너로, 인류의 숙원인 '서브 2'(2시간 이내에 풀코스 완주) 기록을 달성할 유력한 후보로 기대를 모아왔다. 
1999년생인 킵텀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도 300㎞ 떨어진 시골 마을 쳅사모 출신이다. 해발 2600m 고지로 많은 마라톤 선수를 배출한 곳이다. 염소와 양을 키우며 살던 그는 13살때 부터 케냐로 마라톤 전지훈련을 온 선수들 뒤를 따라 달리며 마라톤을 배웠다. 마라톤 트랙이 없어 맨발로 도로를 뛰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건 2019년부터다. 첫 메이저 대회에 출전할 때도 신발을 살 여유가 없어 빌린 신발을 신고 뛴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 하키지마나 코치를 만나 체계적인 마라톤 훈련을 시작했다.

2022년 발렌시아 마라톤에서 첫 풀코스를 달렸고, 2시간 1분 53초의 기록을 세웠다. 첫 마라톤에 나선 선수 중 가장 빠른 기록이자 역대 3위 기록. 이듬해 4월에는 런던 마라톤에서는 개인 최고 기록을 28초 앞당긴 2시간 1분 25초로 우승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시카고 마라톤에서 42.195㎞ 풀코스를 2시간 35초만에 달렸다. 100m를 평균 17.1초에 뛴 셈이다. 세계기록 보유자 엘리우드 킵초게(40)가 2022년 베를린에서 세운 세계기록(2시간 1분 9초)과는 16초 차였다. 지난주 세계육상연맹이 공식 승인해 남자 마라톤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았다.

마라톤에선 2시간이 상징적인 기록이었다. 
킵초게가 2019년 이네오스 1:59 챌린지에서 1시간 59분 40을 기록해 인류 최초로 2시간 이내에 마라톤 코스를 달렸지만, 공식 기록은 아니었다. 킵초게만을 위해 열린 이벤트성 대회였고, 수십 명의 페이스메이커가 도왔다. 날씨, 기온, 습도 등 최적의 외부 환경을 만들어 이룬 기록이었다.

아직 20대 중반인 킵텀은 40대인 킵초게와 경쟁을 펼치면서 1시간대 기록까지 달성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허망한 사고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세바스찬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은 "킵텀은 놀라운 유산을 남긴 놀라운 운동선수다. 우리는 그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라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