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명 한인사회 여럿 집·사업체 잃어, 정신적 충격 겹쳐 고통…타격 크지만 극복 분투중

[인·터·뷰/ '마우이 산불 6개월' 유선희 한인회장]

“LA등 동포사회 기금 전달, 피해자 큰 도움
2200채 전소, 심각한 주택난 주민생활 위협
관광객 돌아와야 경제 회복…많이 찾아주길"

"경제적 타격은 물론이고,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그래도 현지 한인들은 새 직장이나 새 사업을 찾고 역경을 이겨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와이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지상 낙원'으로 불리던 마우이섬을 휩쓸고 지나간 지 6개월이 된 8일 유선희(53·사진) 마우이 한인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8월 8일 마우이에서 발생한 산불은 섬 서부의 유서 깊은 해변 마을 라하이나를 중심으로 건물 2천200여채를 불태웠고, 최소 1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집을 잃은 이재민은 7천여명에 달했다.

현지에 거주 중인 500명 안팎의 한인들 가운데 다행히 인명피해나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집이나 사업체를 잃고 큰 타격을 받은 경우가 여럿이다.

유 회장에 따르면 마우이 한인회는 화재 이후 미국 각지의 한인회에서 모아 보내준 성금 약 3천달러를 3차례에 걸쳐 피해 한인 25가구에 전달했다

유 회장은 "마우이에 온 지 얼마 안 된 분들 중에도 피해를 본 경우가 있더라"며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40대 한인 여성은 몇 년간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라하이나의 콘도를 마련해 살고 있었는데, 화재로 이 건물이 모두 불타버렸고 집 안에서 키우던 반려동물들까지 잃었다.

당시 남편과 함께 핸드백만 들고 간신히 집에서 빠져나온 이 여성은 현재 당국이 지원하는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다. 큰 충격을 받은 이 부부는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유 회장은 "그 여성은 라하이나 고급 호텔에서 마사지 일을 했는데, 화재 이후 자꾸 머리가 멍해지는 바람에 다시 일에 복귀하기를 두려워하며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현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라하이나에 있던 세탁 공장이 불타는 바람에 공장에 맡겼던 호텔 타월 등 불탄 물품을 보상해야 하거나, 금은방 2곳을 운영하다가 화재로 사업체가 전소되면서 금전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사례 등 가슴 아픈 한인 사례가 줄을 잇는다.

산불 이후 한층 더 심각해진 주택난도 현지 주민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유 회장은 "(섬이라서) 공간이 한정된 데다 집이 많지 않아 산불이 나기 전부터 주택 문제가 심했는데, 화재 이후 더 심각해졌다"며 "집값(임대료 포함)이 굉장히 올랐고 사람이 살 만한 데는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매체들은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화재 이재민들의 주택 임차료 상당액을 지원하는 제도를 일부 주택 소유주들이 악용해 기존에 살던 임차인을 내쫓고 이재민에게 임대해 지원금을 받는 경우가 비링비재하다.

그는 "집이 2∼3채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금이 특수"라며 "FEMA의 지원금이 가구당 최대 8천불까지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기존 임차인을 내쫓으면서 그 사람들(이재민들)을 유치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직접적인 화재 피해를 보지 않았더라도 섬 전체의 관광업이 한동안 중단되고 주민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현지에서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한인들 대부분 경제적인 타격을 받았다.

마우이 시내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유 회장 역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는 "시내에 사는 주민들은 산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지만, 물가가 굉장히 오른 데다 경기 침체가 올까 봐 돈을 안 쓰더라"며 "미용실도 한동안 타격이 심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그나마 최근 관광객이 많이 돌아오면서 마우이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전처럼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와 경제가 회복되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