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산 없는' 경선 밀고가는 헤일리…'트럼프의 마지막 대항마' 각인, 차기 주자 발돋움 노림수

[집중분석]

'공화당 큰 손' 손절 불구 중도 하차 일축
트럼프 사법 리스크릮 염두 버티기 돌입
점점 더 거세지는 당내 사퇴 압력이 관건 

“80대 대통령을 원하십니까?”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52)는 24일 자신의 고향이자 주지사를 두 차례 지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8)에게 20%포인트 차로 패한 뒤에도 사퇴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경선이 열리는 미시간주로 이동해 유세를 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를 문제 삼으며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또하나의 악재가 터졌다. '공화당의 큰 손'이 헤일리의 선거 운동을 위한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보수 성향의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이끄는 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은 24일 헤일리의 경선 선거 운동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는 거액 기부자 모임인 코크 네트워크를 대표하는 단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막기 위해 활동하며 헤일리 전 대사 지원에 수백만 달러를 써왔다.

사이델 CEO는 AFP가 헤일리 전 대사를 계속해서 지지하겠지만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주요 상원, 하원 의원 선거에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잇따른 경선 패배로 어려움에 처한 헤일리에게는 큰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헤일리는 전혀 포기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헤일리는 뉴욕, 캘리포니아주 등 16개 주에서 동시 경선이 열리는 다음 달 5일 ‘수퍼 화요일’까지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수 확보에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4개주를 휩쓸며 110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반면 헤일리는 20명으로 그쳤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금까지 전체 대의원 중 약 6%만 배정됐지만 3월 한 달에만 대의원의 65%가 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헤일리가 '승산은 작고 거금은 계속 들어가는' 경선을 지속하겠다는 이유가 뭘까.  
계속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후보 지명을 받지 못할 것이 자명하지만 헤일리가 경선에서 이탈하지 않는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형사·민사 등 법적 문제에 직면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경선에서 물러날 경우를 대비한 버티기라는 뜻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헤일리가 이보다 더 큰 전략적 목표를 보고 움직인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2028년 차기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며 인지도 쌓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체급을 키워 차기 대권을 꿈꾼다는 그녀가 당내 차기 주자로 발돋움하려면 ‘트럼프의 마지막 대항마(last man standing)’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1월 대선에서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하면 2028년에 출마하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하게 되면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에 도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전했다.
과연 그녀가 점점 더 거세지는 공화당내의 '사퇴 압력'을 물리치고 언제까지 경선에서 버틸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