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들에 "의대 증원 제출말라" 호소문도 잇달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서혜림 기자 = 정부가 전국 의대에 의대 정원에 대한 수요 조사를 받는 마감일인 4일 의대생 단체는 해외 의대생 단체에 "정부가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KMSA)는 세계의대생협회연합(IFMSA)에 보낸 이러한 내용의 성명서를 SNS에 공개했다.

IFMSA는 130개국 의대생 130만여명이 가입된 국제 학생단체이다.

KMSA는 "우리는 교육이 포퓰리즘의 도구로 쓰이면 안 된다고 믿는다"며 "의료 시스템은 충분히 유용하며, 지금의 (의대 증원) 조정은 의료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 것 같아서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정부가 의대생과 의사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침묵시키기보다는 민주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독재적인 정부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미래의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도록 놔두지 않겠다"며 "국민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싸우고 있고,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의대 정원 수요 조사를 이날까지 마감해달라고 요청했다

의과대학 내부 반발이 크지만, 각 대학 총장들은 정부 요구대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이 제출할 총 증원규모는 정부가 앞서 늘리겠다고 한 2천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대생들은 대학 총장에게 의대 정원 증원을 적어 제출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도 잇달아 냈다.

아주대 외과대학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이날 최기주 아주대 총장에게 "구체적인 대안 마련 없이 정부의 일방적 통보에 따라 증원을 결정하면 결국 피교육자인 저희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이들은 최 총장이 현재 40명인 의대 정원을 최소 100명에서 최대 15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교육부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진정 의대 교육의 질을 고려해 수치를 적은 게 맞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표한다"고 했다.

이들은 교육부 조사가 '불공정하고 편향된 재수요 조사'라며 "의대 학우의 목소리를 듣고, 추가 교육 시설이 마련되고 학생을 더 수용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증원에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차 의학전문대학원, 강원대 의대 의학전문대학원, 가톨릭관동대학교, 부산대 의대, 충남대 의대 재학생들도 같은 취지의 호소문을 냈다.

증원을 둘러싸고 학생과 학교 측의 마찰이 계속되고 집단휴학 규모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수업 파행으로 개강을 미루는 의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개강한 의대 수업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도 목격됐다.

sf@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