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세계 최고령 '117세 할머니'가 꼽은 '장수 비결'

1907년 미국서 출생, 현재 스페인 거주
가족중에 90세 이상 여럿, 유전적 특질

"청력 잃었지만 삶 소리 더 많이 들어 
결국 죽음은 삶이 있었다는 징후일뿐”

세계 최고령자인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지난 4일 117번째 생일을 맞았다. 
기네스월드레코드는 공식 누리집에 이 사실을 밝히고 세계 최고령자 기록을 인증했다.
마리아는 1907년 3월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8살 때 가족과 함께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카탈루냐에 살고 있다.

앞서 1904년 2월 프랑스에서 태어난 뤼실 랑동이 2023년 1월 만 118살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마리아가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23년째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그는 어려서부터 갖고 있었던 청각 장애와 노화로 인해 이동이 불편해졌다는 걸 빼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 건강한 상태다.
마리아와 오랜 시간에 걸쳐 소통해 온 과학자 마넬 에스텔라는 “그는 그가 고작 4살이었을 때 일어난 일까지 선명하게 기억할 정도로 정신이 또렷하다"며 "장년층에게 흔히 나타나는 그 어떤 심혈관질환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에스텔라는 “(마리아의) 가족 가운데 90살이 넘은 사람이 여럿 있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리아 본인이 꼽은 장수 비결은 뭘까? 그는 '좋은 운과 유전적 특질'뿐 아니라 “질서, 평정심, 가족 및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 자연과의 접촉, 정서적 안정, 걱정이나 후회하지 않기,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해로운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 등을 자신이 장수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사실 마리아의 인생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1915년 이주를 위해 미국에서 스페인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한쪽 귀에 영구적인 청각 장애를 갖게 됐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당시 38살이던 마리아의 아버지는 가족을 태운 배가 스페인에 도착하기도 전에 폐결핵으로 배 안에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후 마리아는 24살이던 1931년 요안 모레트라는 의사와 결혼해 1남2녀를 낳았다. 마리아의 남편은 1976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마리아의 가족들은 청각장애를 가진 마리아와 소통하기 위해 음성을 문자로 바꿔 주는 기기를 이용한다.

딸의 도움을 받아 X(옛 트위터)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마리아는 생일날  "좋은 아침이다. 오늘로 나는 117세가 되었다. 나는 여기까지 왔다. 노년은 일종의 성찬이다. 청력을 잃더라도 더 많이 듣게 된다. 왜냐하면 소음이 아니라 삶을 듣기 때문이다. 죽음에 비추어 삶은 구체적이고 보다 결정적인 무게를 짊어진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더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마리오 베네데티(우루과이의 시인)가 말했듯 ‘결국 죽음이란 삶이 있었다는 징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기네스월드레코드

마리아는 현재까지 생존했던 인물 가운데 12번째로 나이가 많다. 그가 내년에 118살 생일을 넘긴다면 역대 5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지금껏 확인된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1875년 태어나 1997년 122살164일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 여성 잔 칼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