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 연구원·헤커 교수, 스탠퍼드대서 '北, 전쟁 준비하나' 대담

"지금 변곡점에 있다…미 정부 결정 필요, 워싱턴 깨어나야"

1월 공동기고 '김정은, 전쟁 전략적 결정' 주장 파문…입장 재확인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와 미들베리국제연구소 로버트 칼린 연구원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7일(현지시간) 재차 주장했다.

헤커 교수와 칼린 연구원은 이날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소장 신기욱 교수)가 '북한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개최한 대담에서 "북한이 전쟁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들 전문가는 지난 1월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공동 기고문에서 "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 이후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며 북한의 전쟁 위협이 통상적인 허세가 아니라고 주장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 이후 이들의 주장에 반박하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연이어 나왔으나, 자신들의 전망을 고수한 셈이다.

칼린 연구원은 이날 자신은 "북한에 대해 50년 연구했다"며 "1950년 6월 이후 북한 지도자가 전쟁을 결정했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연이은 무력시위 와중에 "전쟁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칼린 연구원은 자신이 미 정부에서 몸담으며 북한의 동향과 관련한 자료들을 분석해왔으며 지금도 계속 그 자료들을 받아보고 있다며 자신의 판단에 대한 무게를 실었다. 다만 자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칼린 연구원은 "김정은이 2022년부터 전쟁 준비라는 용어를 써왔는데, 이런 용어를 쓰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면서 "그(전쟁에 대한 전략적) 결정은 2023년 3월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북한은 그동안 한 번도 전쟁을 원하지 않고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원했다"며 "하지만, 미국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북한은 일극화(unipolar) 시대가 끝났다고 느꼈고 러시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커 교수도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게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전쟁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 전쟁 이후로 가장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들며 "당시 북한은 핵무기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지금은 무장을 마쳤다"며 전쟁의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으로 미국 본토를 핵으로 위협할 수 있는 3개의 국가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헤커 교수와 칼린 연구원은 북한이 "전면전은 아니지만 북한이 국지적인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우발적인 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처럼 한반도에서 고조되고 있는 전쟁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미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헤커 교수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세 명은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꾀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했다"며 "지금 (한반도 상황은) 힌지 포인트(변곡점)에 있고 미국 정부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칼린 연구원도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은 실제 전쟁 계획과는 다르다"면서도 "지금 워싱턴이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