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부양 목적 외국인 발급 '황금 비자' 제도 폐지…"되레 부동산 가격 상승 원흉" 지목

[스페인]

최소 50만 유로 투자하면 거주 허가권
11년전 경제위기때 도입 1만여건 발급
대부분 중·러시아인 혜택, 투기로 악용 

외국인 부유층을 겨냥한 '황금 비자'가 사라진다.
스페인이 부동산 경기 부양 목적으로 도입한 외국인 대상 황금 비자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데다 상당수 황금 비자가 러시아와 중국인에게 발급되면서 중단하기로 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9일 황금 비자를 폐지하기 위해 내각이 첫 번째 단계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2013년부터 △최소 50만 유로(약 7억3,584만 원) 부동산 투자 △최소 100만 유로(약 14억7,167만 원) 은행 예금 △최소 200만 유로(약 29억4,334만 원) 국채 투자 등 요건에 부합하는 외국인에게 최소 3년간의 거주허가권을 부여해왔다. 황금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스페인 거주 5년 뒤 영주권을, 10년 뒤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황금 비자가 이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약 1만 개의 황금 비자가 발급됐는데, 대부분 주택 구입과 관련됐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말라가 등 주요 도시나 관광지에 주택 구입이 몰렸다. 이 황금비자는 대부분 러시아와 중국 시민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포르투갈도 비슷한 이유로 2012년 도입했던 황금 비자 제도를 지난해 12월 폐지했으며 아일랜드는 2012년 도입한 황금 비자 제도를 지난해 2월 종료했다. 2013년 황금 비자를 도입한 그리스는 발급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한때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던 황금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산체스 총리는 "우리는 주택이 투기 수단이 아니라 시민 권리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학자들은 황금 비자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보지 않지만, 산체스 총리는 지난해부터 황금 비자 제도를 중단하라는 정치적 압박을 받아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