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진단]

네덜란드 전직 총리 노부부 생 마감 후 '안락사' 논쟁 세계적으로 확산 
스위스·벨기에 등 이미 합법, 에콰도르·르랑스 등 허용 추진 국가 증가
조력 사망 허용 대상 완화 목소리 커…"완화 치료 확대가 선행” 반대도

지난 2월 네덜란드의 전직 총리가 66년을 함께 한 부인과 함께 자택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93살 동갑내기 부부였던 드리스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와 아내인 외제니 여사가 동반 안락사한 사건은 큰 주목을 받았다. 판아흐트 전 총리는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했고 아내 역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부부는 의사의 도움으로 자택에서 함께 숨을 거뒀다.

2002년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한 네덜란드는 ▶고통이 크고 견딜 수 없는 경우 ▶합리적 해결책이 없는 경우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경우 등 6가지 조건에 부합할 때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환자가 직접 링거의 약물 투입 버튼을 누르는 방식 등으로 마지막 실행을 하는 조력 사망보다 의사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형태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해 4월 12살 이하 불치병 아동도 부모 동의 아래 안락사를 택할 수 있도록 법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세계적으로 개인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지는 오랜 논쟁거리였으나, 이를 엄격한 요건 아래 허용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전세계에서 안락사가 합법인 나라는 벨기에, 캐나다, 룩셈부르크, 네델란드, 스위스, 뉴질랜드, 스페인, 콜롬비아 그리고 호주의 몇 개 주들이 있다.
이가운데 스위스는 안락사의 일종으로도 분류하는 조력 사망을 1942년부터 허용했다. 2002년에는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의사가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형태의 안락사까지 법적으로 허용했다.

2016년 안락사를 허용한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정신질환자도 안락사를 택할 수 있게 허용했다. 또 2020년 뉴질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안락사를 허용하기도 했다. 
안락사나 조력 사망을 도운 이(의사, 가족)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길을 터준 나라들도 있다. 
2019년 이탈리아, 2020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이어 지난 2월 에콰도르고 합류했다. 에콰도르 헌법재판소는 안락사를 범죄 행위에서 제외시키는 결정을 내리고 이어 의회와 보건 당국은 안락사를 법제화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프랑스는 다음 달 조력 사망의 법제화를 추진한다.

미국은 1997년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올해 초 기준 11개 주에서 안락사 또는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연명의료 중단을 통한 소극적 안락사만 가능하다.
그러나, 안락사나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폭을 넓히자는 최근의 흐름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성년자,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의 경우 돌봄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하는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완화 치료 확대가 선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