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신 국채로… 주가 고점 신호?
가주 공무원 연금도 250억불 상당 매각
2021년 수익률 21.3%, 최고 성과 기록 

최근 미국 증시 호황과 더불어 막대한 수익을 낸 미국의 연기금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하며 수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 보도했다.
미국 최대 공적 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은 250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각 후 채권 및 사모펀드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기금 포트폴리오의 목표 주식 할당을 42%에서 37%로 하향했다. 캘퍼스는 지난 2021년 21.3%의 수익률로 주요 연기금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경찰, 소방관 및 기타 공공 근로자를 위해 26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뉴욕주 퇴직연금(New York State Common Retirement Fund)도 목표 주식 비중을 기존 47%에서 39%로 조정했다. 미국 대기업 연금 관리자들도 전체 투자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4분의 1 이하로 줄이는 등 공격적인 투자 스타일을 내려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910억달러의 주식을 매각했던 미국 연기금들이 올해는 325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처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멀티에셋 솔루션 공동 책임자 티모시 브라이드는 "주식에서 벗어나는 것은 연금 시스템의 장기적인 건전성 측면에서 좋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 정부(지방정부 포함) 및 기업 근로자의 총 연금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9조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WSJ은 미국의 고금리 기조를 지목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5%대에 이르면서 주식과는 달리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보험 컨설팅 업체 밀리만의 조라스트 와디아 수석 보험계리사는 "언제든 하락할 수 있는 주식에 매달려 어렵게 얻은 이익을 토해내고 싶은 연기금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주식의 고평가 우려도 연기금들의 포지션 전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 S&P500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12개월 주당 순이익의 약 24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5년 평균(22배)을 상회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