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금융사 떠나고 IT 인재 몰려
샌프란시스코 노숙자·범죄율 높아지고
빅테크들 대규모 해고에 "뉴욕으로 갈래"

세계 금융의 심장부로 여겨지는 월가에서 주요 금융 회사들이 떠나고 있는 대신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IT 기술 인력은 뉴욕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기술인력 유입이 가장 많은 곳은 뉴욕으로 나타났다. 반면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는 기술인력 유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벤처캐피털(VC) 시그널파이어의 데이터를 인용해 2023년 뉴욕의 기술인력 유입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데이터에 따르면 뉴욕으로 이주한 기술인력은 전체의 14.3%였다. 뉴욕에서 다른 도시로 이주한 기술인력은 10.7%로 뉴욕의 기술인력 순증가율은 3.6%를 기록했다. 이는 오스틴(1.4%), 로스앤젤레스(0.6%) 등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치였다.

반면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기술인력 유입은 12.3%로 뉴욕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지만 인력 이주가 이보다 더 많아 유입률은 -3.7%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 대상 도시 중 기술인력 유입률 최하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시그널파이어는 기술인력의 이주를 조사하기 위해 메타, 아마존, 알파벳 등 시가총액 기준 10대 테크 기업 직원, 자체적으로 제작한 포트폴리오 등을 기반으로 인력 이동을 추적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직원의 약 37%가 뉴욕으로 향한 것으로 조사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술 컨설턴트로 일하다 뉴욕에 있는 마케팅 기업 브레이즈로 이직한 마샤 테라니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만이 황량해지는 것을 봤다"며 "뉴욕에서 문화행사를 즐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유럽과도 가까운 점이 좋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기업의 본거지이자 우버를 비롯해 수많은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으며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유명 VC가 소재하면서 혁신을 낳는 요람으로 불렸다. 하지만 고소득자 증가에 따른 집값의 가파른 상승 등으로 노숙자가 증가하고 범죄율 또한 높아지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2~3년간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해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뉴욕 월가에서는 금융사들이 떠나가고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가 지난 19일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남겨둔 마지막 지점을 철수했다. JP모간은 2001년 월가에서 맨해튼 미드타운으로 본사를 옮겼고, 이번 지점 철수로 월가를 완전히 떠나게 됐다.

신문은 "월가를 가득 채웠던 대부분 은행과 증권사가 새 둥지를 찾아 떠나고 있다"며 "JP모건의 마지막 철수는 이 오래된 거리와 함께 한 회사의 역사에 비춰볼 때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했다. JP모건의 역사에서 월가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존 피어폰트 모건은 20세기 초 자신의 이름을 딴 JP모건의 본사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마주한 월가 23번지에 두고 미국 금융계를 호령했다. JP모건 외에도 2000년대까지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리먼브러더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이 월가에서 그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금융사들의 월가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JP모간이 본사로 쓰던 건물은 2021년 이후 공실 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