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약진 유럽 … 미국 대선은?
유럽의회 선거서 반이민 우파 돌풍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초 예상대로 '극우 바람'이 현실화한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가 5개월 남은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6∼9일 EU 27개 회원국에서 치러진 선거가 마무리된 뒤 유럽의회가 10일 낮 12시 기준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제1당인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은 총 720석 중 185석(25.7%)을 얻어 1당을 유지하게 됐다.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137석(19.0%), 제3당인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79석(10.9%)으로 예상됐다.

출구조사 결과 프랑스 극우 마린 르펜 의원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은 약 31%를 득표해 자유당그룹에 속한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14.6%)을 두 배 넘게 앞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1시간 만에 대국민 연설에서 "여러분의 메시지를 들었다"며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6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지 2년 만에 의회를 다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에 속한 정당 3곳도 참패했다. 출구조사 결과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의 득표율은 13.9%로, 극우 독일대안당(AfD·15.9%)에 2위를 내주고 3위에 그쳤다. 
극우 돌풍의 배경으로는 이민자 문제와 환경, 성소수자(LGBTQ+) 등을 둘러싼 이른바 '문화 전쟁'의 격화, 인플레이션 심화 등이 꼽힌다.

특히 이민자 문제는 11월 미국 대선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나타난 극우 세력의 강세가 미국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비슷한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의석수를 늘린 유럽의 우파 세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경 통제 강화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을 주장하며 유권자들의 반이민 정서를 자극해왔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 이주민이 급증세를 보이자 강경 우파 세력의 주장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늘어났고 이들의 표심이 이번에 극우 돌풍으로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작년 말 한때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수가 하루 1만명 이상에 달하는 등 이민자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남부 국경 봉쇄,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해왔다.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달 4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당분간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불법 입국한 이민자에 대해 망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