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가 구입자보다 35% 더 많아, 美 주택시장 10여년만에 ‘셀러 마켓’서 반전
[뉴스포커스]
LA는 45%나 많아, 콘도 시장은 84%
다수 오퍼 몰려 높은 가격 거래 실종
빨리 팔려고 가격 낮추고 인센티브도
“집 사는 사람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
미국의 주택시장이 ‘셀러 마켓’(Seller's Market)에서 ‘바이어 마켓’(Buyer's Market)으로 돌아섰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집을 파는 사람이 집을 사는 사람 보다 많아져 시장의 축이 주택 구매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레드핀이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미 전국적으로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약 49만여명이 많은 것으로 비율로 보면 약 34% 더 많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2020년 4월 팬데믹으로 경제와 주택 판매 활동이 중단된 시기를 제외하면, 2013년 기록을 기준으로 주택을 구매하려는 구매자가 이토록 적은 적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중간 판매 가격이 약 90만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LA의 경우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약 45%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돼 미국 전체보다 높았다.
특히 콘도 시장은 구매자에게 더욱 유리한 상황이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콘도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83.5% 더 많을 정도다.
중개인들도 이같은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 3월의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5%의 중개인이 구매자에게 유리하다고 답해 여전히 매도자가 주도하고 있다고 답한 32%보다 앞섰다.
실제로 과거에는 다수의 오퍼가 몰려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일이 흔했지만, 이제는 가격 인하나 계약 조건 양보가 매도자의 일상적인 대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중개인들의 전언이다.
버크셔 해서웨이 홈서비스의 제니 이즈미 에이전트는 “그동안 극심한 매물 부족으로 인해 집을 사려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지만, 이제는 바이어가 주도권을 쥐는 상황으로 반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물이 늘어나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바이어들은 되레 신중하게 살 집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일부 매도자는 가격을 낮추거나 매수자의 은행 대출이나 에스크로 클로징 비용 등을 부담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리얼터 닷 컴에 따르면 지난달 시장에 나온 주택 매물 중 약 20%가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모기지금리의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모기지 구매업체 프레디 맥에 따르면,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가 23년 만에 최고치인 약 8%로 상승한 2023년 11월부터 매도자가 매수자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 평균 금리는 6.89%로, 2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관련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직 일부 지역은 매도자에게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지만 올해말까지 미국 주택 중간 가격 하락은 1%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지금이 주택 구매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모기지 대출 담당자는 “많은 주택 구입 희망자들이 금리 하락이나 가격 폭락 등을 기다리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기대”라고 말하고 “지금의 시장과 금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