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 150만명 샌버너디노 교구, 이민단속 공포 속 신자 '미사 참례 의무' 면제

[뉴스인뉴스]

로하스 주교 "신자 의무 부담감 덜어주려"
히스패닉 비율 56%…美서 5번째 큰 교구
테네시주 내슈빌 교구도 비공식 조치 발표

가톨릭 신자 150만여명이 있는 남가주 샌버너디노 교구가 신자들의 미사 참례 의무를 관면(寬免·dispensation·규칙 적용이나 의무를 면제)한다고 9일 발표했다.
교구장인 알베르토 로하스 주교는 교회법 제87조에 규정된 교구장 주교의 관면권을 발동해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법상 매주 일요일과 '의무축일'에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사에 참례할 의무가 있다.
로하스 주교는 교구 신자 중 상당수가 미사 참석을 포함해 어떤 경우든 공공장소에 나가면 이민단속반원들에게 체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그런 공포에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하스 주교는 "그들이 온갖 걱정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신자의 의무를 다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느끼고 있을 수 있는 부담감을 한동안 덜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이민자 공동체들은 교회가 그들의 편이며 이 시련의 시기를 함께 헤쳐 나갈 것이라는 점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샌버너디노 교구는 미국에서 5번째로 큰 교구다. 신자가 약 500만명에 이르는 미국 최대 교구인 LA대교구에 이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번째로 크다.
이 교구의 관할 지역인 리버사이드 카운티와 샌버너디노 카운티의 라티노 인구 비율은 각각 52.5%, 56.4%다.
이에 앞서 5월에는 테네시주 내슈빌 교구가 이번 샌버너디노 교구와 비슷한 발표를 했으나 당시에는 교회법상 공식적 관면 조치는 아니었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로하스 주교는 지난달 20일 이 교구 소속 본당 중 2곳에서 성당 경내에 이민단속반원들이 들어가 여러 명을 검거해간 사건을 계기로 관면권 발동을 결정했다.
그는 사건 발생 사흘 후 성명서를 내고 "당국이 이제 적법절차에 따른 권리나 하느님의 자녀로서 지니는 존엄성을 아랑곳하지 않고 형제자매들을 무차별로 체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인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로하스 주교는 1965년 멕시코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다닌 후 미국으로 건너가 1997년 사제 서품, 2011년 주교 축성을 받았으며 2020년부터 샌버너디노 교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