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골든돔(Golden Dome) 계획이 국제사회에 던진 파문이 커지고 있다. 골든돔은 우주에 감시·공격 위성 수백 기를 띄워 핵 탑재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공중 공격을 땅에 내리기 전 방어한다는 우주 기반 대응 시스템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천750억 달러(243조 원)를 들여 임기 내에 골든돔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본토 방어용임을 분명히 했으나 전장을 우주로 옮기겠다는 선언이니 당연히 중국, 러시아 등의 반발이 거세다.
골든돔은 40여년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내놓은 전략방위구상(SDI)의 재림이자 속편 격이다. 냉전 시대였던 1983년 소련 핵 위협에 대응하고자 레이저를 쏘는 요격 위성, 우주 기뢰 등을 통해 탄도 미사일 등을 우주공간에서 제거한다는 구상이었다. 스타워즈 계획으로도 불린 SDI는 하지만 기술력 한계와 재정 문제, 군축 협정 위배 논란 등에 막혀 결국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롤모델인 레이건이 못다 이룬 꿈을 계승해 현실화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건이 40년 전 시작한 과업을 진정으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상호확증파괴(MAD) 이론에 따르면 강대국 모두 실전 핵무기를 다량 보유한 상황에선 공멸을 피하려는 핵 억지력이 상호 작용하므로 전쟁이 터지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 중 하나가 상대 핵을 무력화할 독보적 능력을 갖추게 되면 차원이 다른 게임이 된다. 따라서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 역시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주 전력 확보를 생존 과제로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골든돔을 공격 의도를 지닌 것으로 규정하며 연일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온다. SDI가 그랬듯 결국 막대한 재정 소요와 기술 한계로 골든돔 역시 실현하기 어려울 거란 주장이다. 기술적 문제는 반세기 가깝게 비약적 발전이 이뤄진 만큼 상당 부분 해결됐을 걸로 보지만, 비용은 여전히 부담이다. 골든돔에 필요한 위성이 수천 개에 달할 수 있고 관리 교체 비용까지 계산하면 트럼프 정부가 추산한 예산을 10배 이상 웃돌 거란 관측도 있다. 중국, 러시아 등과 군비 경쟁을 촉발해 세계를 다시 냉전으로 몰아넣을 거란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어떤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며 강한 실행 의지를 보이는 중이다.
이 지점에서 역발상도 가능하다. 천문학적 예산이 들고 기술 구현이 힘들다는 건 상대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미국에 어려운 일은 상대국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골든돔은 반드시 구현해야만 가치 있는 게 아니라는 가설이 나올 수 있다. 병법에선 '블러핑'(과장된 공갈)을 통해 상대가 전력을 분별 없이 과도하게 소모하게 한 뒤 궤멸시키는 걸 상책 중 하나로 꼽는다. 미국과 양강이던 거대 제국 소련이 사분오열한 이유는 사회주의 통제경제의 실패, 연방 내 원심력 작용 등 복합적이지만 해체를 가속한 결정타로 SDI 추진을 꼽는 견해가 많다. 경제난에 허덕이던 소련이었으나 SDI 대응을 위해선 새 전략무기 개발에 돈을 써야 했고 이는 경제 위기를 가중했다. 결국 얼마 안 돼 소련이 붕괴하며 냉전은 종식됐고 이후 미국은 SDI를 용도 폐기했다.
SDI란 수단은 현실화하지 않았으나 주적 제거란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식은 새 주적 중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실현 여부와 상관 없이 미국이 골든돔을 추진하는 이상 중국도 '치킨 게임'을 각오하고라도 우주 군비 경쟁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러시아 역시 이런 상황을 외면하긴 어렵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 위기, 금융 버블, 빈부 격차, 인구 감소 등 다양한 경제적 악재에 시달리고 있고 기존 재래식과 핵 전력 증강에 이미 많은 재정을 투입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장기화하며 인적·물적 피해가 막대하게 커지고 있다. 과거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유증이 떠오를 정도다. 그렇다면 골든돔은 실제 배치하지 못하더라도 디코이(기만체) 같은 심리전 수단으로 충분히 유용할 수 있다.
미국이 골든돔을 본토 방어용으로 규정한 대목을 세계 전략 수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일본, 한국 등 핵 없는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축소 적용하고 본토 방어에 집중하겠다는 암묵적 선언으로 해석하는 경우다. 이럴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만 종합적·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미국이 그리는 그림은 훨씬 더 커 보인다. 국제 정세가 다시 빠르게 복잡해지니 우리 역시 정신 줄 단단히 잡을 때다. 우선 눈앞에 분별할 수 있는 현실은 전장이 우주공간으로 확대 중이고 미국이 겨냥한 표적들의 맨 앞에 중국이 놓였으며, 강대국 간 군비 경쟁이 재점화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