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회담 하루 전 레드라인 설정하며 "거의 즉시 종전 가능" 합의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을 하루 앞두고 크림반도 반환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합의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원한다면 러시아와의 전쟁을 거의 즉시 끝낼 수 있다. 아니면 계속 싸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시절 빼앗긴 크림반도는 돌려받을 수 없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불가하다. 어떤 것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트럼프는 나토 가입 불가 부분은 전체를 대문자로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 정상과 만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15일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평화 협상안을 설명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 측 요구 중 일부를 수용하도록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이번 SNS 글에는 만약 젤렌스키가 러시아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가 불발될 경우 젤렌스키에게 전쟁 지속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젤렌스키가 역으로 크림반도 반환 문제와 나토 가입 보장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협상의 '레드라인'을 미리 설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불리한 협상 구도에서 트럼프와 담판에 나서게 됐다.

그동안 트럼프는 젤렌스키보다는 푸틴의 요구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트럼프는 이번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돈바스 지역 양도를 포함한 푸틴의 요구를 거의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불가라고 선언한 크림반도 반환 문제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레드라인'이기도 하다.

알래스카 정상회담 다음 날인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평화협정을 신속하게 체결하자는 러시아의 요구에 우크라이나가 응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매우 큰 강대국이고 그들(우크라이나)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