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자지구 점령 최소 10년간 신탁통치…주민 230만명 돈 쥐어주고 이주 구상"
[팔레스타인]
WP '전후 가자지구 관리 계획' 입수
'지중해 휴양지 리비에라 처럼' 비전
사우디 빈 살만등 끌어들여 초기투자
"강제이주는 범죄" 반발, 실현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최소 10년간 신탁 통치하고 약 23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을 다른 국가로 이주시키거나 가자 내부의 제한 구역으로 이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WP는 ‘그레이트 트러스트(The GREAT Trust)’라는 이름이 붙은 38쪽 분량의 ‘전후 가자지구 관리 계획’ 문서를 입수, 보도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한 후 지중해의 유명 휴양지 리비에라 같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있다. 이번 문서에는 ‘돈’으로 이 구상을 한층 구체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주를 선택하는 가자 주민에게는 현금 5000달러, 4년간 이주한 곳에서의 임차료 보조금, 1년 치 식량 등이 제공된다. 또 가자 내 토지 소유자는 토지 재개발권에 해당하는 ‘디지털 토큰’을 받는다.
그러나 이슬람권이 “가자 주민이 원치 않는 강제 이주는 전쟁 범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회람된 이 보고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 관계자들이 기획한 것으로 ‘GREAT’는 ‘가자 재건, 경제 가속, 전환(Gaza Reconstitution, Economic Acceleration and Transformation)’의 영어 앞 글자를 땄다. 또 ‘위대한’을 의미하는 영어와 동의어다.
이번 문건의 핵심은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가자 주민에게 ‘돈’을 줘서 이주를 독려한다는 것이다. 현금 등을 받은 가자 주민 1명이 이주할 때마다 2만3000달러을 절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가자 내 토지 소유자가 받을 ‘디지털 토큰’은 향후 가자에 들어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시티 내 아파트 분양권으로 교환 가능하다. 이주를 택한 주민을 일시 수용하기 위한 이른바 ‘인도적 환승 구역이 가자 안팎에 설치될 예정이다.
WP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의 기획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같은 거물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이집트, 사우디, 이스라엘 등과 연결되는 항구와 공항도 건설할 방침이다. 또 테슬라와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가 참여하는 스마트시티, 미국 유명 호텔 체인 등이 관여하는 초호화 리조트 건설 계획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스라엘과의 전쟁 발발 후 폐허로 변해 현재 가치가 '제로'인 가자지구의 가치가 제대로 개발되면 최소 3240억 달러에 달하고 미국이 가자지구 일대의 에너지 자원, 중요 광물 등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 당국은 가자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이주를 시킨다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 방안을 모색중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여권 소지자에 대한 거의 모든 종류의 방문 비자 발급 또한 중단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같은 달 16일 가자 주민의 방문 비자 승인 절차를 일시 중단했고, 29일에는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PA 관계자들의 비자 발급 또한 거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