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존자는 가족 18명 잃어…온 가족 사라진 집도 있어"

최근 아프가니스탄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천400명 넘게 사망한 가운데 구조 작업을 돕는 생존자들이 참혹한 현장 상황을 전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아프간 동부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쿠나르주다. 사상자 대부분이 이곳에서 나왔다.

쿠나르주 주도인 아사다바드에서 살아남은 나스룰라 칸은 지진 발생 후 구조 활동을 돕기 위해 6시간 걸려 데와굴 계곡에 도착했다.

그는 자기 손으로 어린이 3명과 젊은 청년 2명을 땅에 묻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나스룰라는 로이터에 "처음 만난 한 남성은 가족 18명을 잃었다"며 "일부 마을에서는 집마다 2∼3명씩만 살아남았고 온 가족이 사라진 집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며 "이렇게 많은 시신은 처음 본다"고 덧붙였다.

흙벽돌로 대충 지은 집들이 늘어선 계곡 주변에서는 생존자들이 짚으로 짠 들것으로 시신을 날랐다.

담요에 쌓인 어린아이들 시신이 도착하면 옆에서는 남성들이 곡괭이로 땅을 파 무덤을 만들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아프간 탈레반 정권 대변인은 전날까지 1천411명이 숨지고 3천124명이 다쳤으며 주택도 5천400채 넘게 파손됐다고 밝혔다.

이미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전날 오후에는 첫 지진 진원지 인근에서 규모 5.2 지진이 또 발생했다.

쿠나르주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마자르 다라 산악 마을 주민 굴 비비(80)는 무너진 집 옆에서 어린아이를 안고 울었다.

그는 "모든 걸 잃고 손자만 살아남았다"며 다른 가족은 잔해에 묻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진 피해 지역인 낭가르하르주 다라에누르에 사는 지아라트 굴(23)은 삼촌 집이 무너져 아이 3명이 숨졌다며 "맨손으로 (잔해에서) 아이들을 끌어냈지만 이미 사망한 뒤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진 이후 가족들과 들판에서 잠을 잔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47분께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 인근에서 발생했으며 규모 6.0이었다.

지진의 발생 깊이가 8㎞로 얕았고 아프간에 진흙 벽돌로 부실하게 지은 주택이 많아 지진 규모에 비해 피해가 컸다.

험준한 산악 지형과 악천후 탓에 외딴 지역에는 아예 구조대가 접근하지 못하는 데다 아직 실종자도 많아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프간, 파키스탄, 인도로 이어지는 지대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교차하는 지점이어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2023년 10월에도 아프간 서부 헤라트주에서 규모 6.3 강진이 발생해 2천여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4천500명이 발생했다.

아프간을 담당하는 인드리카 라트와테 유엔 조정관은 사상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며 구조대원들이 외딴 산악지대에 들어가기 위해 "시간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