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지목하며 유튜브 매체까지 고루 배분…마무리 발언 줄여 질문권 부여
사회자 만류에도 예정시간 넘겨 진행…"한미회담 때 여러분 있어 힘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회견에서 22건의 기자 질문을 받고 국정 운영 방향과 그간의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예정된 90분을 넘기자 사회를 맡은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추가 진행을 만류하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은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최대한 질문을 받겠다'며 회견을 지속해 예정보다 1시간을 훌쩍 넘긴 152분간 문답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행사가 시작되는 오전 10시께 청와대 영빈관에 환하게 웃으며 입장했고, 앞줄의 기자들과 악수한 뒤 참석자들을 향해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지난달 15일 국민임명식 때 맨 흰색 넥타이를 이날도 착용했는데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견은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제목으로 준비됐다.
먼저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의 성과를 요약한 2분짜리 영상을 함께 시청한 뒤 본격적인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대통령실은 이른바 '약속 대련'을 없애고 질문 기회가 공평하게 돌아가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출입기자단이 준비한 분야별 '필수 질문'을 덮개로 가린 뒤 이 대통령이 무작위로 선택해 답변하도록 했고, 이후 명함 추첨과 직접 지목 방식으로 즉석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비영리 독립언론인 '코트워치'와 '살아지구'의 영상 질문도 있었다.
취임 30일을 맞아 진행했던 지난 회견에서 질문 주제와 언론사가 다소 편중됐다는 지적을 감안해 질문 채택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민생·경제 순서에서 5건, 정치·외교·안보 순서에서 6건, 사회·문화·기타 순서에서 11건의 질문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아사히신문·ABC 등 외신, 지역언론인 경상일보, 유튜브 기반 매체인 고발뉴스를 비롯해 방송사와 종합·경제지, 뉴스 통신사에 질문 기회가 비교적 고르게 배분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총 152개 언론사 기자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이 초반에 나온 부동산 대책과 남북 관계 구상 등 굵직한 질문에 비교적 상세하게 답하면서 애초 종료 예정 시각인 11시 30분까지 10개 질문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시간이 정오가 임박하자 강 대변인은 "마지막 질문을 받고 끝내겠다"고 했으나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괜찮으면 좀 더 하시라"며 질문을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저번보다 (질문을 많이) 못한 것 아니냐"며 직접 질문자를 지목하며 몇 개를 더 받았고, 강 대변인이 방송사 편성과 장비 상태 등을 고려해 "여기서 정돈하겠다"고 하자 "꼭 해야 하겠다는 분은 하시라"며 질문을 추가로 더 받았다.
이후로도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은 안 해도 되고 그 틈을 여러분에게 드리겠다"며 마지막 질문권을 한 차례 더 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말미에 "취조에 응하기 위해 끌려온 게 아니고 저의 입장을 말씀드릴 기회로 삼는 것"이라며 "여러분 질문에 기대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도 드렸으니 말이 길어진 것에 대해 너무 고까워하지 않으시기를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한미회담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 갔을 때 "여러분이 같이 있어서 엄청나게 힘이 됐다"며 언론사가 자체 부담하는 순방 동행 비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다시 한번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참석한 기자들과 악수한 뒤 12시 32분께 현장을 떠났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기념품으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가 그려진 핀 버튼을 나눠주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wat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