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기획 시리즈 
 

 마켓서 마음변해 사지 않는 물건·쓰고 난 카트는'제발'제자리에

'나의 편함'만 생각하는'양심 실종'에 직원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주말에 한인마켓에 장을 보러 온 주부 오씨는 진열된 물건을 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냉장고에 있어야 할 아이스크림이 라면 진열대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줄줄 녹고 있었던 것이다. 오씨는 마침 근처에 있던 종업원에게 알려 치우도록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바로 옆의 진열대엔 생고기가 컵라면 사이에 놓여 있었다. 붉은 색을 띄어야 할 생고기가 변색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손님들이 사려고 쇼핑카트에 담았다가 맘이 변해 아무 진열대에 던져 놓고 가버리는 바람에 제품이 손상되거나 진열대 위생상태가 불량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정리하는 것은 마켓 직원들에게도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

 한인마켓에서 10여 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한 매니저는 "손님들이 마음이 변해 사려고 했던 제품을 아무 진열대에나 슬쩍 놔두고 나가는 행위에 대해 일일이 제자리에 가져다 두라고 말하기가 그렇다"며 "손님들의 기본적인 양식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마켓에서도 그런 일이 흔하긴 하지만 한인마켓 손님들이 유독 심하다"고 귀띔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쓰고 난 쇼핑카트를 매장 안과 주차장 곳곳에 두고 가버려 보기에 안좋은 것은 물론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다. 쇼핑카트를 회수하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만 주차한 곳과 떨어져 있거나 귀찮아서 대충 두고 떠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마켓 관계자의 말이다. 한 직원은 "쇼핑카트 회수하는 곳에 카트를 두고 가는 손님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손님이 더 많다"고 말하고 "외진 곳에 두고 가는 쇼핑카트는 회수하기도 힘들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마켓은 물건을 팔고 사는 공간이고 돈을 지불하는 고객의 편리함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고객 역시 마켓측이나 다른 고객들을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곳에서 '나의 편함'은 '다른 사람들의 편함'이 전제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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