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학생만 혜택…검사받아라"…"학업과 무슨 상관이냐" 반대 거세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지역에서 여학생들에게 '처녀 장학금'을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 통신 등은 남아공 동부 콰줄루나탈 주 우투켈라 시의 두두 마지부코 시장이 성관계 경험이 없는 여학생 16명에게 장학금을 줬다고 시 대변인을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이 장학금은 여학생들이 '순결하고 학업에 열중하는 태도'로 모범을 보이도록 장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 지역은 매년 100명 이상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학생들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자신이 성경험이 없음을 입증해야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성인 마지부코 시장은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스스로를 지켜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학위나 수료증을 받기 전 3년 동안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장학금이 성적 착취나 10대 임신, 성병 등에 취약한 어린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방송은 기초교육부 집계 결과 2014년 여학생 임신이 약 2만 건에 달하며, 이중 초등학생 223명이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성·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 장학금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다.

음파노젤위 쇼지 성 평등위원회 의장은 "의도는 좋지만, '처녀성'에 장학금을 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성 평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시손케 음시망은 "끔찍한 생각"이라며 "성관계를 한 것과 교육을 받는 것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남아공 여성부는 논란이 사실로 확인되면 문제점을 명확히 한 뒤 지자체에서 해결하도록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