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최고 1,239.6원까지 올라…당국 '구두개입' 영향으로 반락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급등세를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이 5년8개월 만에 종가 기준으로 1,230원대에 올라섰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34.4원으로 전일보다 7.0원 올랐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0년 6월 11일의 1,246.1원 이후 5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3.6원 오른 1,231.0원에 거래가 시작돼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월 정책회의 의사록에서 새로운 경제 하방 리스크를 거론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에 반대하는 등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하는 요소가 많아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북한의 테러 위협이 대두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쳐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29분 1,239.6원까지 치솟아 장중 최고가 기준으로 2010년 6월 30일(최고가 1.243.0원) 이후 가장 높은 값을 기록했다.

1,240원대까지 넘보던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이뤄진 이후 급락했다.

홍승제 한국은행 국제국장과 황건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이날 "한은과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시장 내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외환당국은 지나친 쏠림에 대해 대응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이 공식 대응에 나서자 곧바로 1,227.8원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이후 1,23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하다가 장을 마쳤다.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은 15일 1,206.0원에 개장한 이후 급등을 거듭해 닷새 사이에 1,23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현재 상황에서는 원화 약세보다는 달러화 강세의 요인이 원/달러 환율의 급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 영향으로 자금 유출 불안 등이 나타나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한편 원화 약세의 영향으로 원/엔 재정환율도 급등했다.

이날 오후 3시께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91.67원으로, 전일 오후 3시 기준가보다 14.13원 올랐다.

원/엔 재정환율이 1,090원대까지 오른 것은 2013년 10월25일(고가 1,095.39원) 이후 2년3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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