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집안 책장에 놔두자니 먼지만 쌓이고, 버리자니 그렇고… 

교단별 다른 성경책 사용·스마트폰 등장으로 불필요

교회 기증해도 처치 곤란…교계 차원 처리 논의 시급 


 "성경책이라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책장에 그대로 두고 있어요."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주부 한모(50)씨의 말이다. 한씨는 집에 성경책이 6권이 있지만 현재 사용하지 않는 4권의 성경책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집에 있는데 또 구입"
 과거 국내외 선교지로 성경책을 보내는 사업도 한계 상황에 다다르고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활용한 성경책까지 등장함으로써 집안에 쓰지 않고 거의 '방치 상태'에 있는 성경책의 처리 방법에 대한 교계의 논의와 방안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성경책을 여러권 소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교단과 교회별로 사용하는 성경 번역본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글 성경본만 하더라도 크게 개역한글, 공동번역, 개역개정, 표준새번역 등이 있으며, 여기에 찬송가와 영어성경책의 합본들이 더해지면 그 수는 늘어난다. 한씨의 경우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결혼식 선물과 교회를 두번 옮기는 과정에서 한씨는 서로 다른 성경책들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다. 성경책 1권의 금액도 만만치 않아서 한씨는 가능한 다른 성경책이라도 교회에서 사용하려 노력했지만 "다른 성경책은 틀린 성경책이다"라는 주변 교인들의 눈총 때문에 결국 새 성경책을 구입했다.

 죠이 기독교백화점 LA매장 박순태 대표는 "젊은세대의 성경 구매량이 약간 줄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성경 판매량은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성경책이 집안에 버려지는 또 다른 이유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에 있다.

 스티브 김씨는 교회에 출석할 때 성경책과 찬송가를 들고 가지 않는다. 대신 김씨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앱으로 성경과 찬송가를 모두 볼 수 있어 굳이 성경책을 소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김씨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으로 쉽게 성경을 찾아볼 수 있는데다 그날의 성경 구절, 찬송가 등이 모두 교회 강대상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성경책과 찬송가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특히 20~30십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위 '스마트폰 교인'이 늘고 있기때문에 성경책은 점점 더 갈 곳을 잃고 있다. 

▶선교 등 활용 방법 찾아야
 한때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성경책을 교회에 기증하면 교회측은 주일예배때 교회에 처음 나온 초신자나 깜빡 잊고온 교인들을 위해 요긴하게 사용되기도 했으나 요즘은 교회도 남아도는 성경책을 처리하지 못해 고민일 정도다.

 물론 집에서 갖는 가정예배나 구역예배 때 등 이용되기도 하지만 집안에 나도는 성경책 활용에 대한 개별적인 노력은 한계가 있다. 

 남가주 한인목사회 수석부회장인 엘리야 김목사는 "성경책은 장식이나 휴대품이 아니라 읽고 삶에 활용해야 하는 귀한 유산"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목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이 문제를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