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후보 지명 확실시 트럼프에 거센 역풍…美 보수 세력 아노미 상태 "차라리 힐러리 찍겠다" 

"총 맞을 바엔 독을 먹는 편이…" 2위 크루즈 옹립 주장도
 일각선 "대세론 막기 너무 늦어, 빨리 인정하고 본선 준비"

 도널드 트럼프(70)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등극이 유력해지자 미 보수 세력이 그를 지지할지를 놓고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었다. 트럼프를 지지하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에게 본선에서 필패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다른 한편에선 트럼프 대세론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은 지금 대혼란(pandemonium) 상태"라고 표현했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기축이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2일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차라리 클린턴을 찍겠다"고 얘기할 정도다.

 엘리엇 코언 전 국무부 자문관은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비교하면 클린턴이 큰 차이로 차악(次惡)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시 정권에서 외교정책 입안에 깊이 관여했던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공화당을 구할 수 없다면 미국이라도 구해야 한다. 트럼프 대신 클린턴에게 표를 던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내 보수 세력인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크루즈는 공화당 내에선 트럼프 못지않은 비주류다. 경선 주자였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냐 크루즈냐의 문제는 머리에 (총을) 쏠 것이냐 독을 먹을 것이냐의 문제"라며 "(해독제를 기대하고) 독을 선택하는 게 낫다. 총을 쏘면 그대로 죽는다"고 말했다. 

 공화당 현역 의원들의 외면도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를 인정하지 않고 지원하지 않는 정도를 떠나 아예 공개적으로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선언할 조짐도 보인다.

 하지만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대세론을 인정하고 본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만만찮다. 트럼프를 비판해 봤자 본선을 앞두고 적전 분열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대선 출마를 주장했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이제는 그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가 경선 과정에서 한 번도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를 많이 경선장으로 나오게 한 점을 들어, 트럼프 카드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보기도 한다. 

KKK 지도자 '듀크' 
"국무장관 하고 싶다"

 한편 트럼프 지지를 선언해 논란을 자초했던 KKK의 거물급 지도자인 데이비드 듀크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국무장관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나치주의자'로 비난을 받고 있는 듀크는 최근 KKK 회원들에게 트럼프에게 표를 던질 것을 권고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