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방업체 美 진출 급증, 전체 의료기관의 절반 넘어…침체 타운 한의업계'밥그릇 싸움'심화 우려

[집·중·진·단]

2014~2015 미국 진출 한국 의료기관 33건중 18건이 한방

타운 한의대 졸업생 85% 개업 공급 과잉 "엎친데 덮친격"

"대형·첨단에 밀려 영세 로컬 업체 살아남기 힘들것" 한숨 

 "한의원이요? 너무 많아요. 환자들도 예전만 못하고요. 손님이 한명도 없는 날도 있습니다."

 3일 LA한인타운에서 영업을 하고있는 한 한의원 업주의 볼멘소리다. 7년 전 개업한 그는 해마다 늘어나는 신규 한의원들과의 경쟁에 지쳐 이제 한의원을 접을 준비를 하고 있다.

▶본보 업소록 리스트 500개 넘어
 LA한인타운 내 한방 관련 병원과 한의원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본보가 발행하는 업소록인 '엘로우페이지'에 오른 한의원 리스팅 수는 500개 넘어 매년 각종 업소 리스팅중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포화 상태에 도달한 기존 한의원에 더해 신규 한의사 공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LA의 대표적인 한방대학인 사우스베일로 한의과대학과 LA동국대학교에는 현재 각각 3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에 있으며, 졸업생들의 한의원 개업률도 평균 8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추세라면 한인타운이 본국 서울처럼 한 건물에 2~3개 한의원이 들어설 날도 머지 않을 듯 싶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한방의료기관들이 너도나도 미주 진출에 나서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나와 가뜩이나 경쟁 심화로 허덕이고 있는 한인 한의업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국내 의료기관 해외진출 현황 분석' 자료<표참조>에 따르면 2014~2015년 동안 해외의료기관 총 진출건수 141개 중 미국 진출이 33건으로 중국(42건)에 이에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진출 33건 중 절반이 넘는18건이 한방의료기관으로 드러나 이같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대해 가주 한의사협회 양학봉 회장은 "한인타운 내 한의원들이 서로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을 한지  이미 오래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한방의료기관들의 미국 진출은 엎친데덮친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언어 장벽' 주류 진출 쉽지않아
 양회장에 따르면 "남가주지역에만 1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한의사 중 등록 회원이 300여 명 정도"라며 "이중 영어에 능통한 2세들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이 이민 1세대여서 언어 장벽으로 한인타운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주류사회의 한방에 대한 의식제고로 외국인 손님을 노리고 타 지역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는 있지만 자리잡기가 쉽지않아 울며겨자먹기로 타운에 눌러않는 한의사들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한의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한방의료기관이 진출하게 되면 아무래도 대형화, 첨단화 등을 무기로 로컬 한의업계를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한인보다는 외국인 환자들을 상대하는 전략으로 미국 진출에 나서기를 바랄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국 한방의료기관의 미주 유입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LA동국대학교 학교 관계자는 "LA에서 한의사 면허를 취득한 한의사들의 자질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올바른 시장 경쟁을 통해 한방 의료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의사 김모(45)씨는 "당장은 영세한 한의원들을 위축시킬 수도 있겠지만 조금 길게 보면 한인 한의사들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좋은 자극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