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설득 정치력 보여야"…野大국회 '동거 리더십' 모색해야
미봉책으로는 임기 후반 국정 수렁에 빠질 수도 
조기 쇄신 단행…당·정·청 새로운 관계틀 짜야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에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1년 10개월여 남은 임기 동안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해야 하는 버거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확인된 민심은 명확하다. 당·정·청 모두에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면서 집권 세력의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의회 권력을 장악한 야권과 대립할 경우 국정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방통행식'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의 리더십으로는 '야대 국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강한 '압박 정치'를 해왔다.

새누리당에 대해선 '배신의 정치'를 내세워 일사불란한 대오 형성을 요구해 왔다. '배신의 정치'란 넓게는 여권의 틀을 벗어나는 이탈 행위를, 좁게는 청와대의 뜻과는 다른 행동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총선 패인중 하나인 '유승민 파동'의 발단이기도 하다.

'친박·진박·탈박' 등의 용어로 상징되는,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당내 계파 간 대립과 갈등도 과거식 '보스 정치'의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야당에 대해선 경제살리기 법안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반복적으로 해왔다. 연장선상에서 총선을 앞두고는 '국민 심판론'으로 야당을 정면 겨냥했다.

이는 40%대의 국정 지지율이 유지된 가운데 여당이 원내 제1당으로 과반 의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여당의 급속한 입지 위축은 박 대통령의 보폭을 좁히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총선을 통해 기존의 리더십에 한계를 노출한 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 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진단이다.

여권 내에선 야당의 총선 모토였던 '정권 심판론'이 적잖은 유권자 호응을 받았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이전과 같은 수직적인 당·청 관계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될 것이다.

총선 이후 청와대는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국 대변인은 총선 직후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두 줄짜리 성명을 냈다.

예기치 못한 총선 참패에 대한 충격과 당혹감 속에서 나온 원론적인 언급이기는 하지만, 민심과는 거리가 있고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청와대의 고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처한 상황이 극히 엄중한 만큼 인식도 그만큼 엄중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총선 참패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16년만의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하고 자칫 미봉책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데 그친다면 정권재창출이 요원하다는 자성도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인 영남권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심이 무엇을 향해 분노했는지를 직시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총체적인 국정 쇄신과 리더십의 변화 없이는 난국을 헤쳐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안보 위기를 돌파할 '골든 타임'이 거의 바닥이 나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핵도발이 한반도의 급변을 예고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제 혼돈 속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처 시간이 이미 지나가 버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만큼 촉박한 대내외 여건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통합을 위해선 우선 청와대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각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필요하다면 과감한 인적쇄신을 통해 국정개혁의 1차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기존 당·정·청 구도도 재점검해 변화를 위한 새로운 틀을 짜야 하고, 특히 당·청 관계는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이와 함깨 달라진 국회에 맞춰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도 크게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수시로 만나 수시로 설명하고 수시로 협의하는 '설득의 정치'를 본격 가동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종인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의 지도자들과도 필요하면 직접 대면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

당장 경제활성화법안이나 노동개혁법안이 시험대가 될 것이다. 소통과 대화의 새 정치를 하는 사실상 첫 무대가 될지를 놓고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레이건·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모두 8년 집권 중 6년이 여소야대 상황이었다"면서 "여소야대 정국 해법의 핵심은 소통과 설득으로 레이건·클린턴 전 대통령 모두 야당과 만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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